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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값 12% 급등, 코로나에 ‘데이터 신경제’ 속도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하이닉스가 2018년 12월 공개한 DDR5 D램.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2018년 12월 공개한 DDR5 D램. [사진 SK하이닉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유통업 등 전통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D램 반도체 값은 3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 화상 회의·강의 증가 등으로 인해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D램의 쓰임새가 많이 늘어난 까닭이다. 1990년대 중·후반 미국을 호황으로 이끌었던 인터넷 기반 '신경제'(New Economy)가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약 20년 만에 재현될 조짐이다.

D램값, 3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 

4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DDR4 8Gb 제품) 고정가격은 3월(2.94달러) 대비 11.9% 상승한 3.25달러(약 3990원)로 집계됐다. D램값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건 2017년 4월(11.9%) 이후 3년 만이다. 가격 상승 폭만 따져보면 2017년 1월(35.8%) 이후 39개월만의 최대치다. D램익스체인지는 "PC용 D램 수요가 중국 제조업체 사이에서 많이 증가했다"며 "3분기에도 2분기만큼은 아니지만,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D램 가격의 상승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이득이다.

최근 1년 간 D램값 추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최근 1년 간 D램값 추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PC용 D램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인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노트북 교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버용 D램 수요 역시 견실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클라우드 업체가 수많은 동영상, 수많은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두기 위해 자신들의 데이터 센터를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덕분이다.

D램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29일 열린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스테이앳홈 이코노미’(Stay-at-home economy·재택경제)라는 신조어를 언급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온라인 게임, 쇼핑, 교육 등에서 스테이앳홈 이코노미 중심의 펀더멘탈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미래 사회의 모습으로 그려졌던 것들이 코로나19로 한층 빠르게 확산되는 긍정적 효과가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기록한 올 1분기 영업이익(약 3조9900억원)은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6조4470억원) 가운데 62%에 해당한다.

"2년 걸릴 디지털 전환, 두 달 만에" 

사티야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분기 보고서를 통해 "2년 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전환이 두 달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애플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MS의 올 1분기 매출액은 350억 달러(약 42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337억6000만 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MS의 메신저 기반 화상회의 솔루션 '팀즈'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7500만명까지 늘어나 6주 전(4400만명) 대비 70% 증가했다.

피케셔츠를 즐겨입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 [AP=연합뉴스]

피케셔츠를 즐겨입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 [AP=연합뉴스]

다만, 데이터 기반 신경제가 더욱 빠르게 커 나갈수록 경제는 양극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약 20년 전 미국의 신경제 역시 '부의 양극화'를 피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 서부 지역에선 애플과 오라클, 세일즈포스닷컴 등이 나타나며 성장을 거듭했지만, 철강·석탄에 의존했던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 중서부 일대는 '러스트 벨트', 쇠락한 공업지대가 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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