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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올림픽 걱정에 전문가들 입막는 아베…외출자제 완화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전역에 발령된 긴급사태선언의 시한이 5월 31일로 연장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1년 이상 대책 필요" 전문가 제안 삭제 #산케이 "올림픽 우려 정부 의견 반영" #긴급사태선언, 5월 31일까지만 연장 #전문가들은 "1년 이상 계속 발령해야" #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한채 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달 7일 도쿄도를 비롯한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했고, 9일 뒤인 같은 달 16일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초 이달 6일이 시한이었지만, 신규 확진자가 매일 200명 이상 확인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를 5월 31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일본의 확진자는 4일 0시 현재 대형 크루즈선 탑승자들을 포함해 1만5790명이며 사망자는 549명이다.

일본 정부는 일단 전국을 대상으로 기한을 연장하되, 도쿄·오사카·홋카이도·가나가와 등 확진자가 많은 13개 ‘특정경계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과 나머지 지역을 나눠 특정경계지역 이외에선 외출 자제 등의 행동 제한을 일부 풀기로 했다.

이들 지역에선 마스크와 소독액 등 감염 방지책 실시를 전제로 소형 이벤트 개최가 사실상 용인된다. 또 음식점과 백화점 등에 대한 휴업 요청도 각 지역의 실정에 따라 유연하게 실시된다.

하지만 도쿄 등 13개 특정경계 광역단체에선 ‘사람과의 접촉 80% 줄이기’ 목표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벤트 자제나 휴업 요청도 계속 이어지지만, 일부 옥외 공원이나 박물관 등은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긴급사태선언 담당 각료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4일 국회에서 "1~2주 정도 후에 실시될 중간 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지역에선 긴급사태 선언이 해제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감염 방지와 경제 활동의 양립을 추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실적이 턱없이 적은 일본이 행동 제한 조치를 해제하려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17일 도쿄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지난달17일 도쿄역에서 마스크를 쓴 채 출근을 서두르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유일한 실적인 아베노믹스의 되돌릴 수 없는 붕괴를 우려해 경제활동 재개를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감염증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전문가회의가 정리한 제안서엔 당초 "신규 감염자 수는 당분간 ‘제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년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 대목이 빠지고 대신 “국내의 감염 상황에 맞춰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로 대체됐다.

전문가회의측은 공식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선 그 누구도 (수습) 시기를 명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뺐다”고 설명했지만, 산케이는 “정부 측의 의향이 반영됐다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1년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단언하는 것을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무리 전문가회의의 제언이라고 해도 도쿄 올림픽(2021년 7월 23일~8월 8일)을 앞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불안을 안겨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기자들도 2m 정도 거리를 두고 착석한 채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도쿄도 등 7개 광역자치단체에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기자들도 2m 정도 거리를 두고 착석한 채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아베 총리와 정부가 찍어 누르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또 '사람 간 접촉을 80%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을 일본 정부가 "최소 70%, 더 힘을 다해 80%까지 줄이면…"이라고 표현을 바꾸자 당사자가 "70%는 정부가 마음대로 정한 것으로, 나는 일체 언급한 적이 없다"고 폭로하는 일도 있었다.

닛케이 신문도 4일 “정부 전문가회의에선 ‘신규 확진자 감소 폭이 작다’며 긴급사태선언 발령을 1년 연장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경제활동의 정체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했고, 결국 13개 특정경계지역에 대해서만 엄격한 외출 자제 등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완화하는 절충안이 채택됐다는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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