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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집결지거나 통닭집이었거나···사연 많은 전주 책방들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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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 책방 '토닥토닥' 문주현(왼쪽) 대표가 행사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주책방네트워크]

지난 1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 책방 '토닥토닥' 문주현(왼쪽) 대표가 행사 취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주책방네트워크]

#1. '물결서사'는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 한복판에 있다. 전주에 뿌리를 둔 30~40대 예술가 7명으로 구성된 '물왕멀팀'이 운영한다. 전주시가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사들인 옛 성매매 업소 건물을 작가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줬다. 주민과 시민이 참여하는 시낭독회와 성악콘서트·미술전시 등도 열린다.

물결서사·토닥토닥·책방놀지 등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 열어 #이지선 회장 "시민들과 더 소통" #"독특한 개성 가진 다양한 책방, #모두가 부러워하는 책의 도시"

 #2.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토닥토닥'은 대형서점에서는 구하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룬다. 독립출판물은 개인 또는 소규모 집단이 대형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자유롭게 기획·편집·디자인 과정을 거쳐 제작·유통하는 책을 말한다. 페미니즘·노동·환경·동성애 등 주제가 다양하다.

 #3. '책방놀지'는 커피와 맥주·와인을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형 서점'이다. 전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선·후배 5명이 통닭집이던 단층 짜리 낡은 건물을 사들여 책방으로 개조했다. 아시아 사회·문화를 탐구하는 연구소도 겸한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책방 '토닥토닥' 내부 모습. 김준희 기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있는 책방 '토닥토닥' 내부 모습. 김준희 기자

 전북 전주에 동네책방이 늘고 있다. 주인의 이력과 책방의 성격은 다르지만, '개취(개인의 취향)'와 '지식 공유'에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과 촘촘한 유통망을 앞세운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밀려 고군분투하는 사정은 매한가지다.

 지난 1일 전주시 노송동 전주시청 앞 광장. 전주 동네책방 10곳이 모여 만든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동네책방들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면서 자구책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물결서사(서노송동)·살림책방(덕진동)·서점 카프카(중앙동)·서학동책방(서학동)·소소당(송천동)·에이커북스토어(중앙동)·잘 익은 언어들(송천동)·책방 같이[:가치](서학동)·책방놀지(금암동)·책방 토닥토닥(전동) 등 10곳이 뭉쳤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에 자리한 '물결서사'. 전주에 뿌리를 둔 30~40대 예술가 7명으로 구성된 '물왕멀팀'이 운영한다. 김준희 기자

'물결서사'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책방'의 존재감을 더해 전주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책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 전주책방네트워크가 내세운 목표다. 이를 위해 ▶전주시 서점 인증제 및 전북 지역 서점 조례안 활성화 ▶전주 책방 로컬(지역) 캠페인 홍보 ▶전국 책방 탐방 및 교류 프로그램 기획 ▶'동네책방 문학상' 제정 ▶정례회의 및 스터디 활동 등을 추진한다.

 전주책방네트워크 이지선 회장('잘 익은 언어들' 대표)은 "전주책방네트워크는 지역 사회를 바탕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책방들의 연합"이라며 "각 책방만의 개성 있는 (북)큐레이션으로 시민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과 독서 운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북큐레이션이란 특정 주제에 맞게 책을 선별해 보여주는 방법을 말한다.

전주시 금암동에 있는 카페형 서점 '책방놀지'. 김준희 기자

전주시 금암동에 있는 카페형 서점 '책방놀지'. 김준희 기자

 발대식에는 전주책방네트워크 소속 책방 10곳 대표와 김성주 국회의원(전주병) 당선인, 국주영은 전북도의원, 김남규·서난이 전주시의원, 임규철 전주소상공인연합회장, 조진석 전국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책방이음 대표), 전주시 도서관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시인인 물결서사 임주아 대표가 각 책방 이름을 엮어 완성한 '전주책방네트워크의 말'에는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와 방향성이 담겼다. 시민들을 향한 동네책방 대표들의 공동 선언문이자 호소문인 셈이다.

 "동네책방이 멈춘 동네를 '살립(살림)'니다. 재생 버튼이 됩니다.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물결'이 됩니다. 함께 가는 '같이의 가치'를 만듭니다. 독서 문화의 무한한 밭을 일구는 '에이커(acre)'가 됩니다. 도시 골목골목 가장 '잘 익은 언어들'이 됩니다.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작가 '카프카'의 말처럼, 동네책방은 우리 안에 경직된 마음과 딱딱한 말을 너그럽고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소소'하지만 가장 큰 세상을 열어줍니다. 아이들은 책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매하는 경험을 통해 어디서든 책과 '놀' 수 있게 됩니다. 책과 책방은 지치고 힘든 내면을 어루만지며 마음의 빈 공간을 '토닥토닥' 두드려 줍니다. 책은 '오래된 새 길'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듯 전주의 동네책방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온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지난 1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 [사진 전주책방네트워크]

지난 1일 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주책방네트워크 발대식. [사진 전주책방네트워크]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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