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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잠적·등장 다음엔 도발 있었다…GP 총격은 예고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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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군의 3일 한국군 경계초소(GP) 총격을 놓고 군 당국은 우발적 사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총격 당시 안개가 많이 껴 조준 사격이 힘들었다. 도발을 계획했다면 기상 조건이 좋았을 때를 골랐을 것”이라며 “총격 전후로 북한군 GP 옆에 있는 밭에서 북한군 병력이 동요하지 않고 계속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왜 DMZ서 총격했나 #“DMZ 사격, 고위층 허가 없인 불가” #북 ‘위중설’ 최고존엄 모독 이유로 #SLBM 등 전략적 도발 나설 수도

하지만 북한군이 군사적으로 극히 예민한 DMZ에서 우발적 사격을 했고, 그 총탄이 우연히도 한국군 GP에 4발이나 명중하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DMZ에서 사격한다는 건 북한 고위층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니 고의성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남북 군사 당국이 시범 철수한 DMZ 내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20일 만에 등장

김정은 20일 만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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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중설이 돌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재를 보여준 다음 날 총격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잠적→공개→도발’의 과거 방식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7일 묘향산 의료기구공장을 현지지도한 후 2주 이상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김 위원장은 11월 23일 남북 접경 지역인 서부전선의 창린도 방어부대를 찾아 해안포 발사를 지시했다. 이는 남북이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던 9·19 군사합의의 공개적 위반이었다. 이번 총격 역시 당시에 이어 9·19 군사합의의 두 번째 위반행위다.

또 2017년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하기 전에도 김 위원장은 13일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감췄다. 같은 해 5월 14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쏘기 전에도 유사한 방식을 보였다.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8일간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가 없었다.

이런 전례로 볼 때 김 위원장의 재등장 이후 북한은 외부 세계가 건강을 문제 삼아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총격 이상의 더 큰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총격은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략적 도발을 걸겠다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북한에서 봄철 영농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 관련 활동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철재·김다영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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