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은 지난해 4월 고성·속초 산불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피해 면적은 14분의 1에 불과하다. 발화 지점과 시기 모두 유사한데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작년엔 초속 30m, 여러곳에 불똥 #이번엔 민가 없는 쪽으로 불고 #소방헬기 39대 띄워 집중 진화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피해 면적은 85㏊로 주택 1채 등 시설물 6개 동이 불에 탔다. 산불 현장에 5000명이 넘는 진화인력이 투입돼 발생한지 12시간만에 모두 진압됐다. 지난해 고성·속초 산불 피해 면적은 1267㏊였다. 두 산불 모두 발화 지점이 고성군 토성면으로 거리상 4∼7㎞ 떨어져 있다. 두 산불의 피해 규모를 가른 것은 바람이었다. 이번 산불은 초기에 초속 6m 안팎의 바람이 불다가 위력이 점점 강해져 초속 16m로 세졌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바람의 강도가 훨씬 강했다. 당시 고성과 속초 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속초 설악동이 초속 25.8m였고, 설악산 초속 28.7m, 미시령 초속 35.6m였다. 산림청 이용석 대변인은 “지난해는 최대풍속이 30m대였고, 올해는 그보다 못미쳤다”며 “날이 밝으면서 바람도 잦아들어 지난해보다 진화작업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산불 현장 주변에 민가가 없는 것도 피해 규모가 작았던 이유다. 지난해는 이번 산불과 달리 건축물 879개 동이 피해를 봤다. 고성군 주민 김선욱(70)씨는 “불이 났을 때 바람이 한쪽으로만 불어 마을에 피해가 없었다”며 “예전에 불이 났을 때는 바람의 방향이 계속 바뀌면서 불씨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번엔 바람이 동네를 살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해와 달리 한 곳에서만 발생해 전국의 진화 헬기 39대가 동시에 공중 진화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산불 현장 바로 옆은 저수지였다. 지난해는 고성·속초뿐만 아니라 강릉·동해, 인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진화력이 분산됐다.
이용석 대변인은 “산불재난 특수진화대가 지난해까진 기간제 근로자였는데 올해부터는 상시근로자가 됐다”며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산불 대응 능력이 좋아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이번 산불은 공중진화대와 특수진화대, 최일선에 투입된 소방청의 화선 차단 작전이 주효했다고 판단한다”며 “5월 산불은 불씨가 남는 특성이 있어 잔불 정리를 완벽히 하겠다. 관련 부처에서도 잔불 정리를 철저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성=박진호·박현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