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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치매사업 키워라! 치매와 공생 선택한 일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50)

치매는 고령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과제다.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치료약 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현재 치매 치료와 예방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의약품과 치료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치매 치료약은 치매증상의 악화를 더디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치료는 불치라는 것을 전제로 치매를 수용하고, 치매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미래투자전략 2018’에서 치매대책을 경제성장 전략으로 설정하고, 기업과 제휴해 치매환자를 배려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주거·교통·상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치매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와 공생하는 사회에서는 치매를 예방하는 사업과 치매를 수용하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사업이 존재한다. 첫째, 치매를 예방하고 중증화를 방지하는 기술·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운동과 두뇌훈련이 예방효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 의외의 치매예방법이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업종에서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치매 제약회사 에자이는 2016년부터 제약사업과 별도로 의료와 간병의 문제해결 솔루션 사업을 시작했다. 치매는 약물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과제를 인식하고 지자체와 제휴를 추진했다. 2010년에 요코하마시와 ‘모두가 치매를 지원하는 마을 만들기 협정’을 체결한 후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지자체, 의사회와 제휴를 맺고 치매환자의 지원 강화, 조기예방과 발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자이는 의사·환자·가족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환자의 복약지원기구 등 다양한 치매예방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치매는 고령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과제다. 불치라는 것을 전제로 치매를 수용하고, 치매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진 Flickr]

치매는 고령사회에서 극복해야 할 최대과제다. 불치라는 것을 전제로 치매를 수용하고, 치매와 공생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진 Flickr]

안경제조회사 진즈는 안경으로 치매증상을 발견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2015년 토베이 대학 가령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센서가 달린 안경 ‘진즈미무(JINS MEME)’를 개발했다. 신체의 변화에서 치매의 징후를 파악해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치매환자는 눈 움직임이 조금 느려지고, 걸을 때 중심이 약간 뒤로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진즈미무를 사용해 고령자의 눈 동작, 자세를 측정하고 축적된 자료로 치매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이 치매발견 시스템의 시장 규모는 안경 시장보다 훨씬 커질지도 모른다.

주판제조업체 토모에 주판은 전국 데이케어 센터에서 뇌 활성화, 치매예방을 위해 주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주판알을 튕기면 뇌의 혈류량이 증가해 치매를 예방한다는 논리다. 구몬교육연구회는 2016년 230개 지자체에서 치매예방사업 형태로 ‘두뇌건강교실’를 개최했다. 이 강의는 주 1회 30분간 덧셈과 뺄셈의 간단한 계산, 숫자나열, 옛날이야기 낭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업도 치매예방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클럽 투어리즘은 고객의 66%가 60세 이상 시니어다. 토베이 대학과 3년에 걸쳐 여행의 치매예방효과를 연구한 결과 5년간 여행횟수가 많을수록 인생에 대한 실망감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여행을 자주 떠날수록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둘째, 치매를 수용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근 치매에 걸려도 활기차게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활용하고,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의 지식을 높이려는 기업도 등장했다. 예를 들면, 고령자용 주택을 운영하는 기업 실버우드는 치매에 대한 편견을 줄일 목적으로 치매 유사체험을 할 수 있는 ‘VR 치매’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업, 학교,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간병보험 외의 서비스로 호화로운 시설을 갖춘 고급유료노인홈을 운영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의료보험과 간병보험 외의 의료와 간병에 소요된 비용의 자기 부담분을 보전해주거나 치매환자가 일으킨 사고 등으로 본인과 가족이 입은 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도 등장했다. 치매환자의 가족은 만일에 대비해 이러한 상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자체는 치매에 걸린 주민이 일으킨 사고의 배상금, 치매환자 때문에 피해를 본 주민을 구제하는 손해보험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2017년 말부터 ‘배회고령자 개인배상책임보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널목 사고로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힐 때 보험으로 최대 3억엔을 보상한다.

치매환자의 안전한 생활은 중요한 과제다. 현재 다양한 모델로 개발되는 안부 시스템은 24시간 치매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병시설 직원의 관리부담을 대폭 줄였다. 민간경비회사 세콤은 홈 시큐리티 가입자를 대상으로 떨어져 사는 부모의 안부 플랜을 제공한다. 월 4700엔으로 주택 내 동선 센서를 설치해, 일정 기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세콤 직원이 출동하는 서비스다. 패러마운트 베드와 프랑스 베드는 재택용 간병침대를 판매하고 있다. 침대에 센터가 부착되어 환자가 침대를 떠날 때 간병인에게 자동으로 통보하는 구조다.

매년 치매환자의 배회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치매로 신고된 행방불명자 수는 1만5863명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편의점, 주유소 등과 협력해 배회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가현 모리아먀시는 교통기관, 상점과 제휴해 행방불명 고령자를 발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도쿄도 하치오지시는 치매환자의 배회로 인한 사고방지와 조기발견을 위해 GPS 단말을 임대하고 있다. 치매 배회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은 전국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치매예방과 위험 감소, 진행억제 기능이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의 치매예방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제시한 실증자료는 비교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 상품의 안전성, 유용성을 나타내는 평가지표와 평가방법은 기업마다 제각각이고, 크게 다르다. 고령자는 수많은 상품 중에서 자신의 증상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치매대책에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을 검토하고, 질 높은 상품을 선택하기 쉽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경제산업성은 2019년부터 3년간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효과를 실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효과를 실증에 근거해 평가할 수 있다면 고령자는 자신에게 상품을 선택해 치매예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예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 고령자의 삶의 질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매년 늘어나는 치매관련 간병보험 급여도 줄일 수 있다. 가족의 비공식적 무상의 노동비용(2014년 14조5000억엔 추정)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기업도 평가제도와 인증제도를 이용해 상품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고객이 늘어나고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치매는 최대의 건강위험이다. 아직 완치되는 치료법이 없고, 사회와 가족에 실로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인간수명이 짧은 시대에 치매환자수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사회는 치매환자를 수용하였다. 획기적인 의료기술이 개발되어 치매를 치료할 수 없는 한 장래에 치매사회를 피할 수 없다. 치매를 깊이 이해하고, 치매환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답이다.

앞으로 치매와 공생하는 사회에서 치매를 배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사업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간병과 의료분야에만 한정되지 않고,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치매를 배려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고령화 선두를 달리는 일본에서 치매대책 산업이 새로운 성장분야로 도약하는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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