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차트 없애고, 들은 만큼 내고…음원 사재기 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0.05.03 11:00

업데이트 2020.05.03 14:28

글로벌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한다. [사진 스포티파이]

글로벌 최대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한다. [사진 스포티파이]

국내 음원 유통 시장의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음악 플랫폼인 스포티파이가 올해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SKT 플로는 실시간 음원 차트 폐지, 네이버 바이브는 음원 수익 배분 방식 변경 등 새로운 실험에 나선 것. 통신사와 연결된 음원 서비스를 이용해온 보수적인 소비자들도 유튜브 뮤직 등 신규 플랫폼으로 옮겨가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티파이 한국 진출 본격 예고에
음원사이트 신규 정책 앞다퉈 발표
멜론 독점 장기화 판도 바뀔까 관심

유튜브 뮤직 이용자 한달새 54% 증가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3월 월간 순 이용자(MAU) 기준 1위 사업자인 카카오 멜론의 점유율은 36.8%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 40% 선이 무너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위 KT 지니뮤직과 3위 플로 역시 각각 전달 대비 0.9%와 0.4%씩 감소해 24.8%, 17.3%의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4위 구글 유튜브 뮤직는 6.3%에서 9.0%로 2.7%가량 증가했다. 이용자 수로 보면 약 99만명에서 153만명으로 54%나 늘어난 셈이다.

한국 업체들이 스포티파이를 견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규모다. 2008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79개국에서 서비스 중으로 지난해 말 기준 순 이용자만 2억7100만명에 달한다. 월 9.9달러(약 1만2000원)를 내고 이용하는 유료 회원은 1억2400만명으로 절반 수준이지만 문제 될 건 없다. 광고 청취를 통해 이용자는 무료로 음악을 듣고, 창작자에게는 저작권료를 지급해 쌍방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스포티파이 한국 소비자 취향 저격할까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큐레이션 시스템도 강점이다. 구독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처럼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준다. 매주 월요일마다 이용자가 한 번도 듣지 않았지만 좋아할 확률이 높은 곡을 골라 1 : 1 맞춤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디스커버 위클리’가 특히 반응이 좋다. 스포티파이 내 소비 시간 중 17%에 달할 정도로 취향 적중 확률이 높다.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2019년 4분기 실적. [사진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2019년 4분기 실적. [사진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도 한국 시장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방탄소년단ㆍ블랙핑크 등 K팝 팬덤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K팝 음악이 1340억분 이상 재생되는 등 환영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 강남에 스포티파이 코리아를 설립하고, 본사 법무 총괄인 피터 그란델리우스가 한국 법인 대표를 맡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올 6월 서비스 론칭이 목표였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플로 24시간 누적 차트로 줄세우기 타파 

지난 3월 매 시간 발표되던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누적 차트로 바꾼 플로. [사진 플로]

지난 3월 매 시간 발표되던 실시간 차트를 24시간 누적 차트로 바꾼 플로. [사진 플로]

국내 음원 서비스가 추구하는 변화 역시 방향성은 비슷하다. 궁극적으로는 실시간 음원 차트를 폐지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사재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뿐더러 업체별로 특색있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플로는 지난 3월 19일부터 1시간 단위로 집계되는 실시간 순위를 폐지하고 24시간 누적 순위만 발표하고 있다. 1달여간 시행 결과 3일 기준 조정석의 ‘아로하’,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 등 1, 2위 순위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아이돌 그룹이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등장하는 수록곡 줄 세우기 같은 현상은 사라졌다.

플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달 초 ‘편애차트’ 도입 계획을 밝혔다. ‘톱 100’ 차트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상위 3곡만 이용하는 사람이 절반에 달하는 것에 착안해 해당 이용자의 재생 이력 및 선호를 반영, 개인 취향 기반으로 재정렬한 맞춤형 차트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브 “내 돈은 내 가수에게” 캠페인

음원 이용료 정산 방식을 비례배분제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바이브. [사진 바이브]

음원 이용료 정산 방식을 비례배분제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바이브. [사진 바이브]

지난해 1월 실시간 차트를 없앤 바이브는 한발 더 나아가 올 상반기 중 새로운 정산방식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소비자들이 낸 전체 음원 이용료에서 재생 횟수 비중에 따라 수익을 가수ㆍ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게 가는 이른바 ‘내돈내듣’(인별 정산) 방식으로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래퍼 마미손을 모델로 내세워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네이버 뮤직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이태훈 리더는 지난달 21일 ‘음원 생태계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 개선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다. 예를 들어 A와 B가 각 1만원씩 이용료를 내고 A는 가수 C의 노래를 10번, B는 가수 D의 노래를 90번 듣는다고 가정하면, C는 전체 이용료 2만원의 10%인 2000원을 받는 반면 D는 90%인 1만8000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바이브 방식을 적용할 경우 각각 1만원씩 받게 된다. 그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본 결과 다수 이용자가 많이 듣는 음악은 정산 금액이 증가하고, 소수 이용자가 많이 듣는 음악은 정산 금액이 줄어들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 개선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이태훈 리더.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바이브에서 재생된 상위 20만곡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영상 캡처]

지난달 21일 열린 ‘음원 생태계의 발전을 위한 음원 정산 방식 개선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이태훈 리더.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바이브에서 재생된 상위 20만곡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영상 캡처]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모두에게 환영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음악을 적게 들을수록 곡당 단가가 커지고, 많이 들을수록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1달에 1만원을 내고 10번 듣는 이용자에게는 곡당 1000원이지만, 1000번 듣는 사람에게는 곡당 10원인 셈이다. 한국음반산업협회 유재진 국장은 “음원 사재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두 방식 모두 정액요금제 내에서 비율 배분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하게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팝음악 강세, 불공정 해소 등 시기 적절“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1ㆍ2위 사업자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삼성뮤직도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큐레이션 서비스를 앞세웠고, 글로벌 2위 업체인 애플뮤직도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의 이용 패턴이 한순간에 바뀌긴 힘들단 얘기다.

하지만 새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시기적으로는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연간차트 400위 내 팝의 비중이 2009년 6.2%에서 2018년 23.9%로 오르는 등 팝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음원사이트가 사재기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는 여론도 신규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그는 “한국 음악은 팝과 비교하면 역사가 짧고 장르가 편중돼 있어 알고리즘을 적용해도 그에 맞는 결과값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한국 곡을 얼마나 확보하고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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