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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교육, 맞춤형이 정답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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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21면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존 카우치·제이슨 타운 지음
김영선 옮김
어크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교육계가 일대혼란에 빠졌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디지털 원격수업이 행해지고 있지만 강의 인프라, 수업의 질 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평가다. 이번을 계기로 아예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하자는 논의도 있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공간의 문제를 떠나 아예 교육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바로 이러한 요구에 걸맞은 교육의 방향 설정과 관련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제안한 책이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암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업 내용을 필기하고, 교과서에서 해당 범위를 읽고, 사실을 암기하고, 시험지의 빈 괄호를 채우거나 정답 번호를 찾는 교육게임 규칙이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대대적 혁신이 없다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러한 형식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바로 이런 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배우는 내용들은 디지털 세상에 널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검색하고 익힐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암기 위주의 전통적인 학습방법을 따를 필요가 없게 됐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스마트폰이 보편화한 디지털 시대에는 배우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 책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달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의 온라인 수업 장면.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의 온라인 수업 장면. [중앙포토]

먼저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을 과감히 버리고 개인맞춤학습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평균 수준의 학생에 맞춰 수업하는 기존의 표준화 방식으로는 새 시대에 맞는 인재를 길러 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 스스로 도전거리를 제안하는 ‘도전 기반 학습 교실’ 같은 프로그램이 효율적이다. 인체를 배우는 학생들이 아동의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문제를 과제로 삼은 실제 수업을 예를 들 수 있다.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협력, 팀워크, 리더십, 프로젝트 개발을 익힐 수 있었다. 또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말하고, 예산을 세우는 방법, 글쓰기와 편집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동작업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연민과 공감을 배울 수 있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 설립자인 일런 머스크는 ‘만들면서 배운다’는 발상을 중심으로 설계한 새로운 학교 아드아스트라를 세웠다. 그리곤 최고 명문학교에 다니던 자신의 아이들을 그만두게 하고 여기서 교육시켰다. 독특한 재능에 더 잘 맞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과제로 삼는 이 학교는 학년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학생의 능력과 열정에 곧바로 부응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무언가를 말해 주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실제로 해보게 해야 한다는 철학에서 나온 결과다. 손을 더럽혀 가며 창작하고 발견하고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메이커 운동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코딩 교육도 물론 중요하다. 코딩 교육은 일반인들도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제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정보 전달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 조력자가 돼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는 콘텐트 전문가인 교사보다는 맥락 전문가인 교사가 더 필요하다.

새 교육이 지향해야 할 알토란 같은 콘텐트를 담고 있는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혁신에 관심이 있는 교육자, 학생, 학부모, 행정가라면 누구나 찾아봐야 할 교과서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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