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하나, 차 한잔 마실 때도 ‘움직임 명상’을

중앙선데이

입력 2020.05.02 00:20

업데이트 2020.05.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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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호 19면

대한명상의학회와 함께하는 코로나 명상

코로나 19로 많은 일상이 멈추었다. 그동안 역동적으로 활동하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알게 되었다. 이런 멈춤은 우리를 두렵게 한다. 어서 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럴 때 깨우쳐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늘 움직여왔다는 사실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다.

명상은 단지 생각 잠재우는 것?
인간만이 신체 움직임 알아채
몸 다스리면 마음 함께 다스려

식물도 미세하지만 생장을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하물며 동물은 단어 자체가 움직이는 물체란 말이다. 생물은 원자, 세포, 조직으로 된 물질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움직이는 패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끊임없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 몸이고, 생명은 개체가 살아서 움직이는 형태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몸에 대해서는 고작 어떻게 생겼는지, 키가 크고 작고 살이 쪘고 말랐고 배가 나오고 다리가 굵은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

아이들도 몸 인지 떨어지는 치매 많아

채정호

채정호

명상은 삶의 실체를 보는 방법이다. 무엇이 진짜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이다.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감정과 생각의 문제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을 이용해서 자신의 진면목을알아차려 가며 치유하는 방법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명상의 이미지는 특정 종교인이 조용히 가부좌로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는 모습 정도에 치우쳐 있다. 초보자가 이런 식으로 명상을 접하면 온갖 잡념이 떠오르고 자세도 불편해서 지속하기 어렵다. 특히 정서적으로 불편할 때에 이렇게 생각이나 감정을 바라보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들기도 한다.

명상은 단지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잠재우는 것”이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지금-여기에 존재하며 실체를 보는 수행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것보다 몸을 이용한 명상을 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서양에서는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주창한 이후 움직이는 몸과 생각하는 마음이 따로 있는 것처럼 인식해왔다.

반면에 동양은 몸과 마음은 떨어져 있지 않은 하나로 보았다. 마음을 돌보는 것도 몸을 통하는 전통이 강하여 유교의 호연지기(浩然之氣), 불교의 선정(禪定)과 조신(調身), 도교의 양생(養生) 등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심신일여(心身一如)의 정신에 따른 방식이다. 요즈음 서양에서도 지나치게 정신세계만을 강조해왔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심신통합을 향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몸을 다스림으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몸에 대해서는 너무 무심했다. 스마트폰을 보고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고, 가슴이 무너지고 목이 앞으로 쳐지고 어깨가 긴장되고 몸이 휘어도 그런지 모르고 살았다. 인지력이 떨어지면 치매이다. 특정한 근육을 감지하고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기억을 잃은 상태라면 몸에 대해서는 치매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노화에 따른 당연한 반응이 아니다. 심지어 아이들조차도 몸을 인지하는 데에서는 치매가 많다.

사랑하면 관심이 생긴다.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관심은 많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수술도 하고 다이어트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다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한 것이다. 실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자세로 있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것이 바로 실체이다.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게 명상

명상은 어렵지 않다. 정리하면 ‘마음을 한 가지 대상으로 모으는 것’과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자기의 생각과 경험과 인식이 무엇이든 간에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그냥 따듯하게 대하는 것으로 평화가 온다.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는 “방황하는 주의력을 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바로 판단력, 인격, 그리고 의지력의 뿌리이며 이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교육”이라고 했다. 내가 마음을 두고 싶은 곳에 마음을 두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명상이며 주의를 기울인 것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고 실체 그대로 허용하게 되면 그것이 최고의 교육이다. 이것을 몸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움직임 명상’이다. 인간만이 자신 신체의 움직임을 내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요?’ ‘조금 다르게 움직여보고 어떻게 움직이면 어디가 어떻게 달라지나요?’이런 질문대로 내 몸과 움직임에 집중하고 알아차리면 된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이때, 가볍게 천천히 팔을 들어 차 한잔을 마시는 동작을 하면서 움직임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이미 훌륭한 명상가가 된 것이다.

이제 일어나서 한 발을 들어 가만히 옮겨 보아라. 그 순간과 내 몸에 집중하고 바라보아라.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바로 나이고 그것이 나의 실체이다. 실체를 보는 순간 마음과 생각이 만들어낸 미망에서 빠져나와 진짜 나로서 살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멈춤 때문에 생긴 걱정과 두려움 대신에 내 움직임을 통한 실체를 접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는가.

채정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톨릭대 교수. 대한명상의학회 명예회장. 대한명상의학회 창립 회장 역임.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도입, 소마틱스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움직임 기반 명상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 바마움’ 프로그램 정례화. ‘정신과 임상에서의 명상의 활용’ 등 논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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