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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이인영은 선 그었지만···개헌 명분 쌓는 '180석 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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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한국과 G2' 정책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0석 슈퍼 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 논의가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 개헌 가능선인 200석 고지 확보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란 계산과 함께다. 민주당 내에선 “180석을 확보하고도 개헌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언제 하겠느냐”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개헌 추진설이 계속 논란이 되자 여권 인사들은 1일 선을 긋는 발언들을 내놨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정치의 변화와 과제’ 정책 세미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정부는 전혀 개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는 개각설에 대해서도 “부처 개각은 없다”고 부인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개헌 추진과 관련해 우리 당, 지도부 내에서 검토한 적이 없다. 지금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야당과 함께 ‘국민발안제도 개헌안’ 처리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번에 개헌하자, 말자 그런 게 아니다. 제출된 개헌안에 대해 국회에서 어떤 절차를 완료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0일 공고된 국민발안제 개헌안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 가부를 묻는 절차에 들어가게 돼 있어 5월 9일이 처리 시한이라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세미나 축사에서는 “정치시스템이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새로운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한 국가ㆍ정치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 정책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8일 본회의를 통해 국민발안제 개헌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치 지형의 변화' 정책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8일 본회의를 통해 국민발안제 개헌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여권의 거듭된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21대 국회 개헌 드라이브를 걸 거라는 관측이 많다. 우선 8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발안제 개헌안 처리를 시도하는 것부터 일종의 ‘명분쌓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발안제는 100만명 이상의 유권자 동의를 바탕으로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설계해 국회에 제출 가능토록 헌법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현행 헌법에선 대통령ㆍ국회의원만 개헌안 발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여야 국회의원 148명의 동의를 바탕으로 발의돼 3월 1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고됐다.

현재 정당별 의석 구조를 감안하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128석)이 정의당(6석)ㆍ민생당(20석) 등 범여권과 원팀을 이루는 상황을 전제해도 154석으로 국민발안제 통과를 위한 의결정족수(현 290명 재적 기준 3분의 2인 194명 찬성)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본회의 처리를 제안하는 배경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개헌은 명분과의 싸움이다. 명분을 쌓고 또 쌓아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월 당시 이종걸·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무성·여상규 자유한국당 등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개헌발안권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당시 이종걸·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무성·여상규 자유한국당 등 국민발안개헌추진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개헌발안권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다만 당 내부에서 코로나19 국난극복을 핵심 과제로 앞세운 상황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는 게 오만함으로 비추는 데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개헌은 반드시 추진돼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기 침체가 훨씬 시급한 문제”라며 “선거에 이겼다고 밀어붙이기식 개헌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도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21대 국회 개헌 추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건 “개헌은 21대 국회가 구성되고 1년이 적기”(정세균 국무총리)라는 여권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2022년 3월로 예정된 대선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선 개헌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권의 오랜 숙원이 권력 분산형 개헌인 만큼 당권 주자들의 각축전이 전개될 8월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 개헌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총선 후 여권발 개헌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총선 후 여권발 개헌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여권 일각의 개헌론에 대해 “총선에 승리했으니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어보겠다는 신호탄”(김성원 대변인)이란 반응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거가 끝나자 마자 설익은 개헌 논의를 꺼내 20대 국회의 마지막까지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여주는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발안제 개헌안에 대해서도 “친여 세력을 동원해 좌파 가치를 헌법에 주입하려는 시도”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수 야당은 국민발안제가 조합원 100만명이 넘는 민주노총 등 특정 정파의 개헌 추진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시기의 문제일 뿐 21대 국회에서 개헌은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그 시점은 2022년 대선과 관련한 선거 국면 돌입 이전이 될 것”이라며 “이익공유제ㆍ토지공개념 등 논란이 되는 내용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조절을 통한 대선ㆍ지방선거 동시 시행 등의 내용이 우선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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