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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실업률 20%까지 오를까···5월8일, 공포를 확인하는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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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 항만에 나부끼는 성조기. 미국도 코로나19의 늪에 빠져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인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된 GDP 성장률은 -4.8%로, 6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산페드로 항만에 나부끼는 성조기. 미국도 코로나19의 늪에 빠져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인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된 GDP 성장률은 -4.8%로, 6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확실한 신호.”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8%를 기록했다는 상무부 발표와 함께 내놓은 분석이다. 미국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미국을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무엇보다 '-4.8%'라는 수치 자체가 공포다. 2008년 금융위기(4분기 -8.4%) 이후 최악의 성적이자, 지난해 4분기 2.1%에서 단번에 6.9%포인트가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1분기 성장률”이라고 전했다. 1929년 10월 시작된 대공황으로 이듬해 1분기 성장률은 -8.9%였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망은 잿빛이다. 코로나19 여파가 각종 지표에 본격 반영될 2분기 미국 경제가 더 큰 폭으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도 29일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2분기에 전례 없는 속도로 떨어질 것”이라며 “2분기 지표들은 지금까지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2분기 성장률은 미국 역대 최악일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두 자릿수 역성장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34%, JP모건은 -40%, 바클레이스는 -45%를 거론한다. 게다가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인 중국도 1분기 역성장(-6.8%)을 해 세계 경제가 기댈 곳도 없는 형편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가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거론하면서 “경제가 이렇게 위협받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차분함이 트레이드마크인 파월 의장으로선 이례적 표현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29일(현지시간) 최근 경제 상황을 거론하며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을 썼다.  REUTERS=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29일(현지시간) 최근 경제 상황을 거론하며 "가슴이 미어진다"는 표현을 썼다. REUTERS=연합뉴스

R의 그림자는 실업률에서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9월 실업률은 3.5%로, 1969년 이후 반세기 만에 최저였다. 당시 미국 경제를 두고 “고용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실업률은 낮은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라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19는 모든 걸 바꿨다. 지난달 미국이 코로나19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경제 활동엔 브레이크가 걸렸다. 실업수당을 신청한 인원만 2600만명이 넘었다. 지난 3월 발표된 실업률은 4.4%였지만 코로나19 영향은 본격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관건은 다음달 8일 발표를 앞둔 실업률인데, 공포를 현실로 확인하는 낙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실업률이 20%에 달하며 대공황 시기에 육박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 중 하나인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까지도 지난 26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대공황 시절에 가까운 실업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미국 실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실업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다. 제로 금리로도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 자신도 인정한다. 그는 “(제로 금리 정책은) 중소 기업 등에겐 효과가 덜할 수 있다”며 “경제가 어느 정도 깊이로 얼마나 오래 하강 국면을 맞을지는 현재로선 극도로 불확실하며, 현재로선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통제하는지에 거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의회에게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 지원을 더 큰 규모로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의회는 23일 4840억달러(약 596조원)에 달하는 예산 지원 법안을 처리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3일 재선 여부가 결정된다. 그는 경제가 하반기엔 빠르게 회복할 거라 자신하고 있으나 지표 전망은 밝지 않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3일 재선 여부가 결정된다. 그는 경제가 하반기엔 빠르게 회복할 거라 자신하고 있으나 지표 전망은 밝지 않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만이 침체의 장기화를 부인한다. 11월3일 선거에서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그는 ‘V’자 반등에 자신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3분기는 전환기일 것이고 4분기는 엄청난 (회복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엔 더 엄청난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경제 오른팔’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역시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의 회복세는 크고 빠를 것”이라 자신했다. 하반기 성장률이 최대 20%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파월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경제가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빨리 되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자택 대피 명령이 해제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빠른 경제 회복은 기대난망이어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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