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느닷없이 "中, 내가 대선 지길 바란다···코로나가 증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 한다고 갑자기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다루는 태도가 그 증거라면서 중국은 자신의 선거 패배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능성에 중국을 연관 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내가 이번 선거에서 지는 거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 등과 관련해 가하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점도 빼먹지 않았다. 트럼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 태도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나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적극적으로 세계에 위험을 알렸다면 희생자가 줄었을 것이라면서 중국 책임론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자신이 미국 내에서 받는 비판을 그대로 중국에 떠넘기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ㆍ중이 지난 1월 맺은 무역합의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강으로 무역합의가 “매우 잘못될 것 같다”라고도 했다.

최근 들어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 외 다른 언론사와는 개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작심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인터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고, 사망자는 6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초기 대응 실패와 의학적ㆍ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 남발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나 배싱(중국 때리기)’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중국이 미국을 40년간 착취해 왔다", "전임 대통령들이 내버려 뒀기 때문에 갈수록 악화했다", "중국을 누르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전략으로 승리했다.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고꾸라지자 4년 전 먹혔던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공화당 상원 의원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코로나 19 사태 돌파를 위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을 주문한 메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민주당 인사들을 엮는 방법, 인종주의 비난을 피하는 방법 등이 적혀 있다고 한다.

트럼프 재선을 가능하게 할 가장 확실한 발판이었던 미국 경제 호황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하루아침에 사실상 침체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재선 가능성이 흔들리다 보니 중국을 지목해 비난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보다 4.8% 감소했다. 2분기 성장률은 30~40% 하락까지 예상된다. 경제 셧다운 5주 새 미국인 2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훨씬 밀리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지난 27~28일 실시한 공동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4%가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지지율은 40%였다.

더 치명적인 건 경합 주에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이다.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 3개 주에서는 바이든 45% 대 트럼프 39%로 나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그렇게 무능한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번 대선이 코로나19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에 대한 심판이고, 코로나19 대응도 그중 하나에 포함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훌륭하게 해냈다“고 힘주어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