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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사 위기 몰린 버스업계, "남은 희망은 정부와 지자체 추경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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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여파로 승객이 줄면서 운행을 중단한 시외버스가 많다. [뉴스 1]

코로나 19의 여파로 승객이 줄면서 운행을 중단한 시외버스가 많다. [뉴스 1]

 "버스업계에 대한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다른 지원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승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내·외 버스 업계의 긴급자금 대출 요청을 금융권에서 대거 거절하고 있는 데 대해 국토교통부 담당 간부는 얼마 전 이렇게 밝혔다.

국토부, 버스업계 긴급 지원 방안 발표 #벽지노선 예산 조기 집행,보험료 유예 #당장 버스업계 숨통틔우기에는 역부족 #"정부ㆍ지자체 추경 과감한 지원 필요"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자금이 까다로운 대출 요건 탓에 버스업체들에는 ‘그림의 떡’ 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버스업체들이 금융권에 신청한 긴급자금 대출은 ▶자본잠식 ▶재무제표상 손실 ▶담보 부족 등의 이유로 대거 거절됐다. 금융위원회도 "사정은 알겠지만, 버스업계에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한두 달을 버티기도 어려운 업체가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처지가 된 셈이었다. 그러자 담당 간부의 말처럼 국토부가 나름의 지원방안을 30일 내놓았다.

 우선 올해 처음으로 정부 예산에 편성된 벽지 노선 운행손실 지원 예산 251억원을 조기에 집행하고, 지자체에서도 추가로 70%의 예산을 매칭해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운행 중단에 들어간 시내·외 버스의 차량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체 시내·외 버스 업체의 보험료 납부도 최대 3개월 유예키로 했다.

코로나 19로 시내버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승객이 30~40% 줄었다.[중앙포토]

코로나 19로 시내버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승객이 30~40% 줄었다.[중앙포토]

 또 올해 7~12월 차령(車齡·운행 가능 연한) 기간이 만료되는 버스와 택시에 대해 1년을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차량 교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물론 정해진 자동차 검사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에 버스 업계 지원을 위한 자체 예산 편성을 독려할 계획이다. 현재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국토부가, 시내버스는 지자체가 관리 권한을 갖고 있다.

어명소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코로나 19의 여파로 고속·시외버스는 승객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70%, 시내버스는 30~40% 감소했다"며 "서민의 주요한 교통수단인 버스 업계가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한 점을 고려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사실 국토부 나름대로는 최대한 짜내고 짜낸 지원 방안인 건 맞다. 하지만 버스업계의 반응은 좀 다르다. 당장 필요한 건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 몇달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다. 2월부터 직원 월급을 제때 못 주거나, 절반만 나눠주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제법 큰 규모의 업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운행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는 노선도 많다.

고속버스도 승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고속버스도 승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토부의 지원책 가운데 실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돈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로선 최선을 다한 대책이겠지만 벽지 노선 운행손실 지원은 기존에 확보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수준이고, 차령 연장 건도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요청해온 사항이 일부 반영됐을 뿐"이라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자금 수혈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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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버스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 추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근호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의 버스 업계는 경영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정부의 3차 추경 때 버스업계 지원을 다시 한번 요청하고, 지자체에도 긴급 지원을 계속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부회장은 "일단 고사 위기에 몰린 버스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일자라도 살릴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과감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시내·외 버스는 그야말로 서민의 발이다. 자칫 때를 놓치면 버스가 하나둘씩 멈춰 서게 된다. 서민의 발이 묶이고, 일자리도 사라진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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