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천 화재]"스프링클러 그런게 어딨나···20년 현장 중 최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가 관리ㆍ감독 부재로 인한 “예견된 참사”였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화재현장 옆 동에서 근무했다는 40대 이모씨는 “불이 날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안전관리자도 없었고 안전교육도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나면 유도등은 있어야 하는데 대피로에 그것조차 없어 다들 빠져나갈 통로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스프링클러…그런 게 있었겠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냐는 질문엔 “스프링클러? 그런 게 있었겠냐”고 한탄했다. 이씨는 “다른 공사현장에선 화기 작업 중 감시원이 있어서 불이 나면 꺼주는데 여기엔 그런 것도 없었다. 20년 동안 공사 현장을 다녔는데 그 중 최악”이라고 했다. 화재 현장 옆 동에서 근무한 또 다른 인부 김모(50대)씨도 “건설사가 개판이다. 안에 몇 명이 들어갔는지 작업자 신원 확인도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건물이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인 건물이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더 컸을 거라고 분석했다. 물류창고는 지난해 4월 23일 착공해 오는 6월 30일 완공 예정이었다. 이창우 숭실대 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 시설은 보통 공사 맨 마지막 단계에서 설치한다. 화재 감지기도 안 돼 있었을 것”이라며 “화재가 난 층에선 즉시 대피가 가능하겠지만 다른 층에서는 연기에 갇혀 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용접·우레탄 공사 같이 했을 가능성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 모가체육공원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피해 가족 시설에서 엄태준 이천시장이 피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30일 오전 경기도 이천 모가체육공원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 피해 가족 시설에서 엄태준 이천시장이 피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소방당국은 30일 대형 인명피해 발생 주요 원인으로 대피로가 미확보된 사업장의 특성뿐 아니라 병행해서는 안 될 위험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며 안전 부주의를 지적했다. 실제 이 교수는 “페인트나 우레탄 공사 같이 불이 쉽게 붙는 재질을 공사할 때는 절대 점화원이 있는 공사를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우레탄 공사 중 용접같이 불똥이 튈 수 있는 작업을 함께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 교수도 “우레탄 폼의 경우 건조 과정에서 휘발되면서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 옥외나 환기가 잘 되면 자연스레 바람에 휩쓸려 희석되지만, 지하 공간 등 밀폐된 공간에선 빠져나가지 못하고 차 있다”면서 “한 마디로 불이 잘 붙는 가스 형태로 존재하다가 불꽃이 생기면서 폭발했을 수 있다”고 했다.

물류창고 건물 시공사인 건우와 발주자 한익스프레스는 이전에도 3차례 ‘화재 위험 주의’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시공사를 대상으로 총 여섯 차례 심사 확인을 했고 이 중 세 차례 화재위험 주의를 받아 ‘조건부 적정’ 진단을 받아 공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한편, 이번 화재로 사망자 38명을 비롯해 중상자 8명, 경상자 2명이 발생했다. 사망자 중 신원 파악이 어려운 9명은 유족을 대상으로 DNA 채취를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맡겨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