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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 사라져 멸종위기 황새… '6m 둥지' 지어주면 돌아올까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와 두만강 유역에 설치되는 인공 황새둥지 탑. 철골로 된 탑의 높이는 6m, 나뭇가지를 덮어 황새 둥지로 쓰이는 바구니의 지름은 1.2m다.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는 황새의 특성을 반영해 번식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환경부

러시아와 두만강 유역에 설치되는 인공 황새둥지 탑. 철골로 된 탑의 높이는 6m, 나뭇가지를 덮어 황새 둥지로 쓰이는 바구니의 지름은 1.2m다.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까는 황새의 특성을 반영해 번식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환경부

러시아와 두만강 유역에 높이 6m짜리 ‘황새 둥지’ 탑이 생겼다. 멸종위기종인 황새의 번식지를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은 30일 “세계자연기금(WWF) 러시아 아무르지부와 함께 ‘한반도 월동 황새의 러시아 번식지 개선 공동연구’ 일환으로 인공둥지탑 8개를 세웠다”며 “내년까지 18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멸종위기I급, 러시아-한국 오가는 겨울철새

서산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는 황새 무리. 우리나라 중부 서해안을 비롯해 서해안가에서 겨울에 관찰되는 황새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번식해 날아온다. 연합뉴스

서산 천수만에서 겨울을 나는 황새 무리. 우리나라 중부 서해안을 비롯해 서해안가에서 겨울에 관찰되는 황새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번식해 날아온다. 연합뉴스

황새는 195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던 텃새였다. 하지만 이젠 개체수가 급격히 줄면서 겨울철 천수만, 해남, 순천만, 낙동강 하구 등지에서 월동하는 소수만 관찰할 수 있는 겨울 철새다.

전 세계에 약 2500마리만 남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분류 위기종(EN)이다. 한국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분류된다. 천수만‧화성호에서 일년에 20~30마리 발견되는 황새는 대부분 러시아 항카호 습지에서 번식해 두만강을 거쳐 날아오고 있다.

황새의 이동 경로와 인공둥지탑 설치 현황. 자료 환경부

황새의 이동 경로와 인공둥지탑 설치 현황. 자료 환경부

'높은 곳'에 둥지 트는 황새… 송전탑에 집 짓기도

황새의 자연 둥지.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다. 자료 환경부

황새의 자연 둥지.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다. 자료 환경부

황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서는 큰 나무가 필요하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접근을 막기 위에 초원이나 낮은 산의 키 큰 나무 위에 둥지를 짓는다. 해마다 같은 둥지를 찾아 한 번에 알을 3~4개 낳아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다.

야생동물의 공격을 피해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으로, 황새는 송전탑 등 높은 구조물 위에 둥지를 짓기도 한다. 지난 28일 충남 태안 남면 달산리 송전탑에 둥지를 지은 황새. 둥지 안에 황새 알 4개가 보인다. 이 황새는 충남 예산 인공둥지탑에서 번식한 뒤 자연방사된 개체다. 사진 태안군, 뉴스1

야생동물의 공격을 피해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으로, 황새는 송전탑 등 높은 구조물 위에 둥지를 짓기도 한다. 지난 28일 충남 태안 남면 달산리 송전탑에 둥지를 지은 황새. 둥지 안에 황새 알 4개가 보인다. 이 황새는 충남 예산 인공둥지탑에서 번식한 뒤 자연방사된 개체다. 사진 태안군, 뉴스1

그런데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둥지를 짓고 번식할 큰 나무가 훼손되면서 황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큰 나무가 줄면서 러시아에서는 송전탑 위에 둥지를 짓는 황새가 늘어나, 황새 관리에 러시아 전력회사와 협업이 포함될 정도다.

국립생태원은 “화재로 큰 나무가 타고, 기후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강수량에 먹이가 줄고, 아무르강 인근 댐 건설이 늘어나 습지 면적이 감소하면서 러시아에서 번식하는 황새의 개체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황새를 보존하려면 러시아 황새 번식지도 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 위치한 인공둥지탑. 이곳에서 황새가 올해도 자연번식에 성공했다.김성태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 위치한 인공둥지탑. 이곳에서 황새가 올해도 자연번식에 성공했다.김성태

국립생태원이 설치하는 ‘인공둥지 탑’은 높이 6m 철골 탑 위에 지름 1.2m짜리 철골 바구니가 있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성기게 쌓은 둥지가 얹힌 형태다.

큰 나무가 사라진 황새에게 ‘높은 둥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현재 황새의 주요 번식지인 러시아 연해주 항카호 습지에 5개, 두만강 유역에 3개가 설치됐고 내년까지 항카호 습지 인근에 10개를 더 설치한다.

국립생태원은 인공둥지를 관찰해 황새의 번식상태‧이동경로 분석, 신규 번식지 발굴 등 황새 서식지 개선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국내 황새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고, 황새 이동경로를 포함한 생태축 보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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