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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뭉쳐야 뜬다’ 코로나 전쟁 속 방산업계 생존전략

중앙일보

입력

레이티언의 대표적 상품인 패트리엇 미사일. [사진 레이티언]

레이티언의 대표적 상품인 패트리엇 미사일. [사진 레이티언]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방위산업도 예외는 아닌데, 미국의 록히드마틴도 작업 라인을 중단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세계 방위산업계는 미래 경쟁력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코로나 여파 방산 공장 멈춰 #거대 기업 합병, 효율화 기대 #미국·유럽·러시아 경쟁 가열 #한국 방산기업 27위 머물러

지난 3일(현지 시간) 패트리엇 미사일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의 레이티언이 유나이티드 테크콜로지스 코퍼레이션(UTC)과 합병을 마무리하고, 레이티언 테크놀로지스 코퍼레이션(RTC)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은 지난해 6월에 알려졌지만, 논의는 이에 앞선 2018년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RTC의 지난해 매출은 740억 달러, 기술자와 과학자 6000명을 포함한 19만 5000명을 전 세계 각지에서 고용한 대형 업체로 발돋움했다.

레이티언과 UTC가 합병되어 탄생한 레이티언 테크놀로지스 로고 [사진 레이티언테크놀로지스]

레이티언과 UTC가 합병되어 탄생한 레이티언 테크놀로지스 로고 [사진 레이티언테크놀로지스]

국방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의 ‘2019년 세계 100대 방위산업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던 레이티언은 UTC와 합쳐지면서 노드롭그루만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섰다.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레이티언 CEO는 “포트폴리오의 중복이 거의 없는 두 회사가 합쳐지면,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합병이 미래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단지 방위산업 부문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레이티언은 전체 수익의 93%가 국방 부문에서 나오지만, UTC는 전체 수익의 13% 수준에 그친다. 즉, 국방과 민수 모든 영역에서 합병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합병으로 경쟁력 확보…세계 3위 도약

미국 주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체들은 이전에도 꾸준하게 인수와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복을 배제하고, 서로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 경쟁력을 확보하여 미래에 살아남기 위함이다.

세계 1위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1995년 록히드 코퍼레이션과 마틴 마리에타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보잉은 1997년 경쟁자였던 맥도넬 더글러스 코퍼레이션을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렀다.

보잉의 대표 상품 F-15는 맥도넬 더글라스가 개발했다. 한국 공군은 F-15K를 도입해 운용한다. [사진 미 공군]

보잉의 대표 상품 F-15는 맥도넬 더글라스가 개발했다. 한국 공군은 F-15K를 도입해 운용한다. [사진 미 공군]

RTC에 앞서 2018년에는 L3 테크놀로지스와 해리스가 합병하여 L3 해리스 테크놀로지가 탄생했다. 디펜스 뉴스 순위 12위였던 L3와 19위였던 해리스는 합병을 통해 세계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형 업체들의 중소 업체 인수도 이어졌다. 2016년 록히드마틴은 UTC가 내놓은 시코르스키를 인수했다. 시코르스키는 한국 육군도 사용하는 UH-60으로 유명한 헬리콥터 제작업체다. 글로벌호크를 제작한 노드롭그루만은 2017년 로켓 모터 등을 생산하는 오비탈 ATK를 인수했다.

해군판 에어버스로 불리는 나비리스 로고 [사진 나비리스]

해군판 에어버스로 불리는 나비리스 로고 [사진 나비리스]

세계 2위 방위산업체 보잉은 2016년에는 무인 함선 업체인 리퀴드 로보틱스를, 2017년에는 자율비행 및 무인항공기로 유명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를 인수했다. UTC도 레이티언과 합병 전에 항공기용 전자장비로 유명한 록웰 콜린스를 인수했다.

유럽과 중국, 러시아도 대형화하는 중

미국 업체들만 덩치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항공우주업체인 에어버스도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스페인 업체들이 협력해 만들어진 다국적 기업이다. 미사일 전문업체인 MBDA도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업체들이 해당 부문을 떼 나왔다.

독일 업체가 개발한 레오파드2 차체에 프랑스 업체 전차 르클레르 포탑을 얹은 KNDS의 제안품 [사진 knds.com]

독일 업체가 개발한 레오파드2 차체에 프랑스 업체 전차 르클레르 포탑을 얹은 KNDS의 제안품 [사진 knds.com]

최근 소식으로는 이탈리아 조선업체 핀칸티에리는 프랑스 조선업체 나발그룹과 나비리스라는 합작 기업을 만들었다. 핀칸티에리가 사들인 프랑스 조선소는 한국의 STX가 가지고 있던 생 나자르 조선소인데 유럽 대륙에서 유일하게 항공모함을 건조할 수 있는 곳이다.

나비리스는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사업에서 두 회사를 대표하여 진출하게 된다. 독일의 KMWS와 프랑스 넥스터는 KNDS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전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07년 설립한 로스텍이라는 국영 지주회사를 통해 약 700개의 방위산업 및 첨단 업체를 통제하고 있다.

호주군 사업에서 경쟁중인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 [사진 한화디펜스]

호주군 사업에서 경쟁중인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 [사진 한화디펜스]

한국 방산 기업 경쟁력 지원 필요

중국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국항공공업(AVIC)이라는 지주회사가 선양·청두 등 여러 항공기 회사들을 거느리면서 중국군이 사용하는 항공기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영 조선업계의 통합도 진행되었는데,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와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가 합병된다. 항공모함 산둥을 건조한 다롄 조선소가 CSIC의 자회사이며, CSSC는 구축함 등을 건조한다.

한국의 방산 기업 한화디펜스는 2015년 K9 자주포 수출로 유명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2016년에는 두산DST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 결과 디펜스뉴스 순위에서 ▶2017년 19위▶2018년 23위▶2019년 27위에 올랐다.

한화 디펜스가 세계 유수의 대형 업체로 성장했지만, 아직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 작은 업체들은 더욱 사정이 어렵다. 정부와 국회 등 여러 곳에서 내수 위주의 방위산업을 수출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양한 지원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현호 군사칼럼니스트·밀리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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