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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 조기축구회에 문 여나…'개방' 지침에 교사 반발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초·중·고 개학이 미뤄지는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학생들이 걷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초·중·고 개학이 미뤄지는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을 학생들이 걷고 있다. 뉴스1

운동장 등 학교 실외 체육시설을 주민에 개방하는 문제로 교육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선언하면서 실외 체육시설을 가능한 개방하기로 했지만, 학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시내 학교에 운동장과 테니스장 등 실외 체육시설을 개방하라는 지침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샤워실과 탈의실, 실내 체육시설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건물 내 화장실은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개방 요청 이유로 '장기간 시설 폐쇄로 인한 주민 피로감 해소 및 주민건강증진'을 들었다. 운동장 등 시설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조기축구회 등 주민 체육 단체는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축구나 테니스를 하는 주민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선언하면서 "테니스장과 같은 야외 체육시설도 준비되는 대로 개방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정 총리의 발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야외 체육시설 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지침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지침을 근거로 서울시와 협의해 시설 개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빗발친 민원과 일부 서울시 의원의 압박도 교육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민은 지역 시·구의원에게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열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질의응답에서는 일부 의원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주민 민원 등을 언급하며 길어지는 시설 폐쇄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관련 법상 학교 시설 개방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 하지만 교육청이 개방하라는 지침을 보낸 이상 일선 학교에서 이를 따르지 않기는 쉽지 않다. 주민들이 교육청 지침을 근거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우려'에 교원단체 "강력 유감"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 나와 EBS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 단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서울시교육청 지침에 반발했다.

29일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긴급돌봄으로 유아와 초등학생이 학교에 가고 있을 뿐 아니라 원격수업을 위해 교사를 비롯한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며 "실외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개방하라는 공문을 시행한 서울시교육청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5월 중 등교가 확실시되고 있는 점도 시설 개방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곧 학생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 해도 학교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없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개방 지침을 번복하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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