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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이 낳은 세 갈래 ‘디지털 성범죄 TF’…솜방망이 처벌 사라질까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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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 텔레그램에 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에 이어 변호사들도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이번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내려질 수 있을까.

검찰은 수사‧법무부는 제도 개선에 방점

가장 먼저 TF를 구성한 건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5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를 만들고 n번방 사건 관련 사안을 전반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름부터 다른 TF와 다르게 ‘수사’가 들어간 만큼 사건 관련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범죄 혐의를 소명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검찰은 조주빈(25)뿐 아니라 공범들에게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기 위해 이들이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췄다고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의 TF 구성 다음 날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구성한 법무부는 법제 관련 주무부처인 만큼 제도 개선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TF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성폭력을 모의하기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거나 수사 단계에서부터 사안이 중한 피의자는 신상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내용을 답은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최대한 빠르게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요청하고, 일정상 미뤄진다면 21대 국회에서라도 꼭 처리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7일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만들고 피해자 법률지원과 제도 개선방안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서울변회 TF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피해자 법률지원, 아동 성착취 영상물 대응 TF 등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실제로 피해자 상담과 지원 활동을 해보니 현 제도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며 “법무부 등 정부 부처에서 나온 대책에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발생할 토양 자체 제거하자는 각오”

TF들은 모두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TF를 지휘하는 김욱준 4차장 검사는 “드러난 범죄자뿐 아니라 악랄한 성범죄가 발생할 토양 자체를 제거하자는 각오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재선 법무부 TF 총괄팀장은 “그간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미온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처벌 상향을 위한 법률 개정을 전향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련한 여러 대책이 실제로 이루어져 성과를 이룰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n번방 사건이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할 때 n번방 사건은 성범죄 처벌과 판례를 바꾸는 데 확실히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여성가족정책연구기관 협의체인 전국여성정책네트워크 역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법률 제‧개정과 정책 집행이 이루어지도록 연구기관들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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