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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린이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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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 2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591만 가구로 2018년 511만 가구보다 80만 가구 증가했다. 전국 가구 수를 2238만 가구로 환산했을 때 26%가 반려동물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종류를 살펴보면 개는 495만 가구에서 598만 마리, 고양이는 19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인 중 30대 부부는 매년 어린이날이면 반려견인 브라운 푸들 ‘루시’(사진)와 외출을 한다. 반려동물이 입장할 수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원에서 공놀이를 한 후 루시를 위한 선물로 고급 용품들도 구입한다. 아이가 없는 이 부부에게 어린이날은 가족 같은 반려견 루시를 위한 ‘개린이날’이기 때문이다.

반려견 '루시'

반려견 '루시'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소통수단인 SNS 인스타그램에서 ‘개린이날’ 해시태그(#) 검색을 하면 3만8000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개린이날 맞이 50% 할인’을 알리는 브랜드부터 ‘댕댕이피자’ 출시, ‘개족사진’ 스튜디오 오픈 광고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댕댕이’는 강아지를 귀엽게 부르는 신조어다. 멍멍이의 ‘머’자가 ‘대’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즉 강아지=멍멍이=댕댕이다. 참고로 고양이는 ‘냥이’, 아기 고양이는 ‘아깽이’다.

올해 어린이날, 반려동물과 함께 외출 나온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신기하더라도 색안경 끼고 혀를 차거나 너무 놀라진 마시길. 심각한 저출산, 그리고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만들어낸 우리 시대 신문화 풍경 중 하나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