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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안 팔리던 소주, 규제 풀었더니 방역효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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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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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용 에탄올(주정)과 소주 업체들이 손소독제와 소독용 알코올 등 방역 원료의 공급처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주 매출이 줄자 대체 사용처를 찾은 셈이다. 국세청은 주정을 방역에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었다.

국세청, 주정을 방역에 쓰게 허용 #손소독제 원료 공급량 87% 충당 #주류업체, 병원에 방역용 기부도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1분기 손소독제 제조용 에탄올의 국내 공급량은 14만7810드럼(1드럼은 200L)으로 집계됐다. 500mL짜리 손소독제 90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배가량 증가했다.

1분기 공급량 중 87.3%를 주정업체 두 곳(한국알콜산업·대한주정판매)이 공급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손소독제 제작용 에탄올의 공급 실적이 전혀 없던 곳이다.

주류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방역용으로 주정을 기부하기도 했다. 대선주조는 부산·대구시에 방역용으로 주정 132t, 병원 소독용으로 주정 20t을 전달했다. 금복주와 디아지오코리아·롯데칠성음료·무학·보해양조·오비맥주·제주소주·하이트진로·한라산 등의 기부도 이어졌다. 주정업체인 진로발효는 소독용 에탄올도 생산해 일선 병원에 공급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정 면허가 없는 주류 제조사는 술을 만들기 위해 사들인 주정을 다른 곳에 유통해선 안 된다. 다만 국세청은 주류업체가 주정을 지자체에 기부하는 행위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허용하기로 했다.

손소독제를 만드는 업체가 주정을 살 때는 관할 세무서장에게 ‘실수요자 증명’을 받아야 한다. 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이라는 이유에서다. 주정을 생산하는 업체는 국세청에서 제조 방법을 승인받은 뒤 품질검사를 순서대로 받아야 한다. 국세청은 품질검사를 한꺼번에 진행해 기존에 30일이 걸렸던 기간을 4일로 줄였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학교가 등교 개학에 들어가면 방역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며 “손소독제 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게 주정업계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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