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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함구령에도, 개헌론 끊이지 않는 190석 범여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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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5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몸을 낮췄던 더불어민주당에서 개헌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 국난과 경제위기, 일자리 비상사태를 타개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는데도 그렇다.

자치분권에 토지공개념까지 주장 #야권서 10석만 확보하면 가능 #통합당 “이 상황에…집권연장 의도”

29일엔 ‘토지공개념’ 개헌이 등장했다.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이용선(서울 양천을) 당선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장하며 “이번 21대 국회에서 (토지공개념을 포함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토지공개념은 2018년 3월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했던 개헌안에 등장했다.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문구가 개헌안에 담겼다. 헌법에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화하는 문구가 담길 경우 하위 법률엔 토지 소유 한도나 매매의 제한, 개발 이익의 환수 등으로 관련 법률이 강화되거나 신설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된다.

총선 후 여권발 개헌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총선 후 여권발 개헌 관련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여권에선 이 밖에도 다양한 개헌론이 나오고 있다. 5선 고지에 오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언론을 통해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며 “여당이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해선 안 되고, 여야가 합의해 진행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해식(서울 강동을)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행정안전위원회에 들어가 자치분권 개헌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에선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이 우선이지만 향후 개헌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재선에 성공한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같은 해(2022년) 치러지는 이번이 개헌의 적기”라며 “행정권력 교체와 의회권력 교체가 2년의 기간을 두고 중간평가식으로 갈 수 있도록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4년 중임제’도 2018년 청와대 개헌안에 담겼던 내용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2018년 개헌 드라이브는 야당의 거부로 실패했다. 당시에도 야당은 ‘토지공개념 조문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범여권 190석(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친여 무소속 1석)에 추가로 10석만 확보하면 개헌 의결정족수(200석)가 된다.

이번에도 미래통합당은 “지금 상황에서 개헌론을 불쑥 꺼내는 건 집권 연장을 위한 의도”(김성원 대변인)라며 반대하지만 21대 국회에선 거대 범여권을 상대해야 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202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개헌 공론화의 시점과 내용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단 개헌 방향과 범위를 놓고 권력구조 개편에 한정할지, ‘87년 체제’의 대전환이라는 ‘거대 개헌’을 내세울지 등 의견이 분출하며 자중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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