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천 화재 사망자 38명…“우레탄 작업시 발생한 유증기 화원 만나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수색 및 사고 수습 작업이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경기소방재난본부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수색 및 사고 수습 작업이 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 경기소방재난본부

29일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사망자가 오후 8시30분 현재 38명으로 늘었다.

서승현 경기 이천소방서장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 시간 기준 사망자 38명, 중상 8명, 경상 2명 등 총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 서장은 “화재 현장을 몇 번씩 수색했기 때문에, 현재의 집계가 최종 사상자 수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연락이 두절된 4명 중 3명을 발견했으나, 1명을 아직 발견하지 못해 계속 인명 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서장은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해 우레탄 작업에 의한 폭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는데 우레탄 작업을 하면 유증기가 발생하고 이게 화원에 의해 폭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레탄의 경우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된다. 피난할 수 없을 정도의 유독가스가 분출되는데, 지상층에서의 인명피해는 유독가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길이 이날 오후 1시32분께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현장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다가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오후 6시 42분에 불을 모두 껐지만, 폭발과 함께 불이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들도 화재 당시 최소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곳에서는 전기·도장·설비·타설 등 분야별로 9개 업체 7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망자 시신은 지하 2층, 지상 4층짜리 건물 전체에서 발견됐다. 지하 2층 4명, 지하 1층 4명, 지상 1층 4명, 지상 2층 18명, 지상 3층 4명, 지상 4층에서 4명이 수습됐다. 이들 가운데 12명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으로, 3명은 장호원요양병원, 4명은 송산장례식장, 3명은 가남베스트요양병원, 4명은 효자원, 6명은 하늘공원장례식장, 3명은 곤지암농협장례식장, 3명은 곤지암연세장례식장으로 각각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이 각 층의 한 곳에서 발견된 점에 비춰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여서 작업하던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연성 소재에 불이 붙어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연기가 많이 발생한 점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이 건물은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아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 및 연기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탈출 시간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사망자들의 옷이 모두 탄 사례가 많아 연소가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엄청난 유독가스가 뿜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통풍이나 환기가 충분하지 않고 가연물이 있는 건축물 내부에서 불꽃작업을 할 경우 소화기구를 비치하고 불티 비산방지덮개나 용접방화포 등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화재 등 사고를 막기 위해 이러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