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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미뤘다···주식취득일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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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기약 없이 미뤄진다. 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4월 목표로 정상적으로 인수절차를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29일 정정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61.5% 취득일을 이달 30일에서 ‘기업결함심사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지나간 날(신주는 구주매각 다음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애매하게 바꿨다.

현산, 29일 아시아나 관련 정정공시 #인수대금 납입일 날짜 못박지 않아 #증권가"인수 철회시 주가 50% 상승" #산은, 영구채 출자전환 카드 꺼낼까 #

현대산업개발 측은 “유상증자 목표 일로 삼았던 30일을 맞추지 못해 (실제) 계약서상 문구로 변경했다”며 “인수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서류상 인수기한은 올해 12월 27일로 이번 공시 변경이 계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항공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어 상반기 중 (현산이) 인수를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단 1조7000억원 지원=현산에겐 ’빚‘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현대산업개발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지난 21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놓였던 아시아나항공은 급한 불은 껐다. 대신 금융기관에 빌린 돈은 3조2600억원으로 기존(1조5600억원)보다 2배 이상 불어났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지원으로 연말까지 버틸 체력(재무구조)은 회복했다”며 “문제는 인수자인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조건은 그대로인데 갚아야 할 부채가 늘어나 인수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실적. 자료: 금감원

아시아나항공 실적. 자료: 금감원

증권가 “올해 아시아나 1조 손실, 인수여부 재검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악화가 현대산업개발 본업인 건설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더욱이 건설 경기가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김승준 흥국증권 건설 담당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재무구조가 탄탄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조원 손실이 예상돼 2조원 투자해 얻는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철회하면 현대산업개발 주가는 현재(29일 종가 1만8850원)보다 50%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와 달리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가 나빠졌기 때문에 지속해서 돈을 투자해야 한다”며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인수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가 관건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구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서울 용산구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 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딜 클로징을 쥐고 있는 건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와 산업은행의 협상 카드다. 정 회장은 인수전 때 애경보다 1조원가량 더 많은 2조5000억원을 써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았다. 그만큼 인수합병을 계기로 항공과 물류를 중심으로 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수절차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재협상' 여지도 있다. 최고운 연구원은 “산업은행도 (현산의) 인수 포기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인수 조건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이 투자한 영구채(5000억원)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비용을 5000억원 덜 수 있고 비싼 이자도 갚지 않아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쥐고 있는 ‘협상 카드’인 셈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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