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국보' 아닙니다...46년만에 평가 바뀐 붉은 무늬 백자

중앙일보

입력 2020.04.29 15:50

업데이트 2020.04.29 15:50

그 국적과 가치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온 '백자 동화매국문병(白磁 銅畵梅菊文 甁)' 이 국보에서 해제된다. 1974년 7월 국보 제168호로 지정된 지 46년만이다.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 1974년 국보 지정 당시에는 조선시대 도자기라고 봤으나, 지금은 원나라 유물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 1974년 국보 지정 당시에는 조선시대 도자기라고 봤으나, 지금은 원나라 유물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29일 문화재청은 이 유물에 대해 "중국 원나라 제작품으로 우리나라 도자사에 끼친 영향이 미흡하다"며 국가지정문화재(국보) 지정 해제를 예고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백자 동화매국문병'은 당초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깨와 몸통 앞 뒤로 매화과 국화 무늬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 백자 병이다. 무늬에 사용된 진사, 즉 붉은 색 안료는 고려시대에 쓰이기 시작했으나 조선시대 들어서는 후기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재료로, '백자 동화매국문병'은 조선 전기에 보기 드물게 진사를 사용한 점 등이 높은 가치를 평가받았다. .

'백자 동화매국문 병'의 몸통에는 매화 무늬와 국화 무늬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백자 동화매국문 병'의 몸통에는 매화 무늬와 국화 무늬가 그려져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2,3년간 언론과 학계에서는 형태·크기·기법·문양 등으로 볼 때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후 문화재청은 중국과 한국 도자사 전문가의 조사연구와 문화재위원회의 관련 분과의 논의를 거쳐 결국 해제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의 중론으로 실제 조선 전기 백자에 이처럼 진사를 안료로 사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 형태·크기·기법·문양 면에서 유사한 사례가 중국에서 ‘유리홍(釉裏紅)’이라는 원나라 도자기 이름으로 다수 전해지고 있다는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문화재청은 또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외국문화재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할 수 있지만 ‘백자 동화매국문 병’은 ▶출토지나 유래가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같은 종류의 도자기가 중국에 상당수 남아 있어 희소성이 떨어지며▶ 작품의 수준 역시 우리나라 도자사에 영향을 끼쳤을 만큼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보 해제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앞서 국보에서 해제된 사례로는 국보 제274호, 국보 제278호 등이 있다. 국보 제274호였던 '귀함별황자총통'은 거북선에 장착된 화기로 알려졌으나 1996년 가짜로 판명돼 국보 지정이 해제됐다. 국보 제278호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10년 한 단계 아래인 보물로 강등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국보 168호 백자 동화매국문병
조선전기 유물로 알려졌으나
전문가들 "중국 원나라 제작
우리 도자사에 영향 미흡"
문화재청 국보 해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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