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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C칩 빠진 서울 긴급재난 선불카드 "결제 안됩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에서 배부한 재난 긴급생활비 선불카드엔 IC칩이 없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에서 배부한 재난 긴급생활비 선불카드엔 IC칩이 없다. [사진 서울시]

# 얼마 전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를 ‘선불카드’로 발급받은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음식점에서 식사 후 선불카드를 내밀었지만 “IC칩이 없어서 결제가 안된다”는 답이 돌아온 것. 결국 A씨는 사비로 음식 값을 낼 수밖에 없었다.

# 대면 주문 방식이 아닌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카페를 방문한 B씨. 지역화폐 가맹점이라고 해서 들어왔지만 키오스크는 ‘꽂아서’ 결제하는 방식이라 선불카드 사용이 불가능 했다. 동사무소와 은행 측에 문의해봤지만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서울시에서 재난 긴급생활비로 일정 금액이 충전된 선불카드를 제공했지만 이를 실제 사용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선불카드가 IC칩(금색 또는 은색 사각형 모양의 칩) 없이 뒷면의 마그네틱 선(검은색 자기 띠)을 ‘긁어서만’ 결제 가능한 카드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 주문 후 배달원에게 직접 결제할 땐 특히 그렇다. 배달원들은 주로 휴대하기 편한 간이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데 여기엔 IC칩 결제 기능만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 맘카페에서 한 주부는 “집 근처 수퍼에서 식료품을 2만원치 샀는데 IC칩이 있는 카드만 가능하다더라”며 “이 카드로 쇼핑을 하려면 사용 가능한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한 회원은 댓글에서 “그런 경우 단말기에 직접 카드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데 왜 거절하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이 문제 때문에 선불카드 대신 상품권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비용 문제로 ‘IC칩’ 내장 못 해”

서울시는 앞서 이 같은 문의를 접수했지만 ‘비용’ 문제로 IC칩을 내장하지 못했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 선불카드에 IC칩을 내장할 경우 별도의 비용이 든다더라”면서 “서울시,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선불카드는 제공받는 인원도 많아서 IC칩 카드로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 측은 “선불카드는 보통 1회성이기 때문에 일반 카드사에서도 IC칩을 생략한다”며 “또 IC칩을 부탁하게 되면 자제 수급등 2~3주 정도 준비기간이 더 필요해 빠르게 배부하려는 취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금융위는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신용카드 단말기 정보보안을 강화하고자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해 IC단말기 사용을 의무화했다. IC카드는 해킹, 위변조 등과 같은 카드 부정사용 방지 효과가 기존 마그네틱 카드 대비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받는 즉시 카드사에 수령자 정보 등록해야"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와 관련, 공적마스크 5부제와 동일한 방식의 '온라인5부제'를 시행한다. 뉴스1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시민들에게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와 관련, 공적마스크 5부제와 동일한 방식의 '온라인5부제'를 시행한다. 뉴스1

선불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분실·도난 시 재발급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신용카드 방식은 지정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지원금액을 한도로 사후 차감하기 때문에 분실·도난이 있더라도 카드를 재발급받아 잔여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무기명 선불카드는 무기명이라는 특성상 분실·도난시 잔액이 남아있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무기명 선불카드를 받는 즉시 카드사에 수령자 정보를 등록하면 이후에 다시 발급받을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은 남은 금액도 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금 유형 선택은 지난 16일 기준 선불카드가 57.3%, 서울사랑상품권이 42.7%였다.

한편 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재난지원금 불법거래 ‘카드깡’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고발과 전액 환수조치 등 엄중대응할 예정이다.

카드깡은 모바일상품권, 선불카드 등으로 받은 재난지원금을 중고거래사이트 등을 통해 사고팔거나 거래를 알선하고 광고하는 행위를 뜻한다. 서울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의 불법거래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위반행위로 동법 제49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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