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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문화를 바꾼 20년 “K골프 해외에 알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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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성인 5명 중 1명(18%)은 골프를 친다. 대한골프협회가 2017년 발표한 한국골프지표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761만명. 10년 전(2007년) 275만명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최덕형 골프존 대표 인터뷰 #해외시장 진출 ‘제2 창업’ 선언 #“미국·일본·중국 등에 현지법인 #직영점 운영 뒤 가맹사업 확장”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성장한 데는 도심 곳곳에 있는 스크린골프장 역할이 컸다. 이 시장을 개척하고 키운 골프존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0년 창업자 김영찬 골프존뉴딘홀딩스 회장이 직원 5명과 함께 시작한 이 회사는 어느덧 임직원 2500명에 계열사 6곳을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국 4900개 스크린골프장(가맹점 1235개)에 골프존의 골프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시장 점유율은 70%.
국내 시장을 장악한 골프존은 최근 '제 2의 창업'을 선언했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본사에서 만난 최덕형 대표(53·각자대표)는 "지난 20년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20년은 'K-골프'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골프존 최덕형 대표. 최 대표는 올해 3월 골프존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변선구 기자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골프존 최덕형 대표. 최 대표는 올해 3월 골프존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변선구 기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데, 스크린골프장에 사람들이 오나.
"주력인 스크린골프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어려움을 겪다가 4월 초부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스크린골프는 비교적 넓고 독립적인 공간에서 아는 사람 3~4명이 모여서 즐기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낮은 편이다. 우리가 보유한 19개 필드 골프장 사업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용객이 줄긴 했지만,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항공·호텔 산업 등에 비하면 피해가 작은 편이다."
지난 20년간 골프존의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골프존은 스크린골프라는 세상에 없던 사업모델을 시장에 선보였다. 수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국내 골프 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제 어디서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시킨 점은 큰 자랑거리다."
제2창업을 선언했는데, 골프존이 새롭게 도전할 분야는 뭔가.
"스크린골프로 사업을 시작해서 골프 관련 사업으로 꾸준히 확장해왔다. 현재는 필드 골프장 운영, 골프용품 판매, 레슨, 거리 측정기 같은 부가 용품 개발 등 사업도 하고 있다. 골프 관련 여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골프존 네트워크에 가입된 회원 수가 290만명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해 충성도 높은 회원들에게 토탈 골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두 번째 목표는 해외다. K-POP처럼 K-골프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지금도 골프 시뮬레이터를 세계 63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대부분 판매에서 그치고 있다. 현지 법인을 세운 미국·일본·중국·베트남 등에 직영점을 운영하고, 가맹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뉴욕, 베이징에 사는 친구들이 실시간으로 연결해 같이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골프존이 해외 시장을 준비한 지는 이미 10년이 넘었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스크린골프의 재미와 필요성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날씨가 추운 북부 지역의 도심을 중심으로 스크린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도 물론 스크린골프 시스템(골프 시뮬레이터)을 공급하는 회사가 있다. 하지만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미국 코네티컷에 스크린골프와 식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 지스트릭트(Z-strict)'라는 매장을 열었다. 복합 골프 문화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골프존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최덕형 대표는 "그동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K-골프를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선구 기자

골프존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최덕형 대표는 "그동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K-골프를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선구 기자

골프존에는 공장이 없다. 계열사를 제외한 골프존 임직원 400명 중 50% 이상이 IT 개발 인력이다. 최덕형 대표는 "우리는 스스로 IT회사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시뮬레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관리, 네트워크 서비스 등 골프존 핵심 사업의 대부분이 IT 기반이다. 판매·생산·유지보수 등은 외주 전문업체에 맡기고 있다.

필드 골프장과 스크린골프 사업을 둘 다 한다. 서로 경쟁 관계 아닌가.  
"처음 스크린골프가 나왔을 때는 전통 골프산업 종사자들이 우리를 경쟁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를 안 치던 사람도 치게 됐다.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필드에 나가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다시 스크린골프를 친다. 처음에는 파이(시장) 하나를 나눠 먹는 제로섬(zero-sum) 게임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협력을 통한 상생)이었다. 실제 사내에서도 두 사업이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내 스크린골프는 겨울이 성수기이지만, 필드 골프는 봄·가을에 매출이 높다. 두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쌓인 고객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골프장과 골프용품 등을 추천하고, 골프장 예약과 제품 구매로 연결할 수 있다. 잘 사업화해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게 이제 숙제다."
경쟁업체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는데.  
"우리가 스크린골프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카카오VX나 SG골프 등 경쟁업체를 꾸준히 앞서고 있다. 기술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또 스크린골프장은 편의점처럼 근접출점제한이 있어 쉽게 신규 점포를 낼 수 없다. 덕분에 시장 선점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기술력을 얼마나 발전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숫자로 보는 골프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숫자로 보는 골프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골프존은 창업자 김영찬 회장이 2016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삼성증권 등에서 26년간 근무한 최덕형 대표는 지난해 지주회사 골프존뉴딘홀딩스 대표로 취임한 뒤 올해 3월 골프존의 각자 대표에 올랐다. 함께 부임한 박강수 대표는 골프 시뮬레이터 개발과 국내 가맹사업 등을 담당하고, 최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골프존 레슨 사업을 맡았다. 2016년 이후 내리막 걷던 실적은 지난해 반등했다. 지난해 매출(2470억원)은 2018년 대비 24.3%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727억원(영업이익 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영업이익 3.3%) 성장했다.

골프회사 CEO라 골프를 잘 칠 거 같다.
"구력은 20년이고, 핸디12(84타) 정도 친다. 골프존에 온 이후 실력이 부쩍 늘었다. 본사 건물에 상주하는 레슨 프로에게 꾸준히 지도를 받은 덕분이다. 금융권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입장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골프를 즐기면서 일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업계 선도기업에서 시장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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