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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 안맡았던 김봉현, 경찰 조사서 "재무 담당자가 횡령 주도"

중앙일보

입력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br>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수원여객 횡령 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만큼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후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그를 넘겨받아 라임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이어간다. [연합뉴스]

1조6000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br>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한 수원여객 횡령 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만큼 김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후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그를 넘겨받아 라임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이어간다. [연합뉴스]

'수원여객 241억원, 스타모빌리티 517억원, 재향군인회상조회 약 250억원...'

'라임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받는 횡령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만 1000억원대에 이른다. 김 전 회장은 거액의 자금을 회사에서 빼돌리면서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지킨 것으로 보인다. 첫째 본인은 타깃 회사에 등기 임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공식 직책도 맡지 않았다. 둘째 자금 거래는 공범을 통해서만 했다. 이렇게 김 전 회장은 본인의 손에는 '때'를 묻히지 않고 거액의 자금을 인출해 현금으로 건네받아 썼다.

김봉현 "횡령할 위치 아니었다" 발뺌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원여객 횡령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자금 거래 실무를 담당한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김모(42)씨가 횡령을 주도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 떠넘기기 전략이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에 공식 직책이 없고, 자금 거래도 김씨가 진행했기 때문에 본인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횡령을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횡령은 김씨가 한 일이고, 개인적으로 김씨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출신인 김씨는 김 전 회장,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2018년 말 수원여객 지분 탈취를 공모하면서 수원여객 CFO에 취임했다. 그때부터 김씨는 수원여객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며 김봉현의 페이퍼컴퍼니 등 총 6개 업체로 자금을 빼돌리는 실무 업무를 맡았다. 주로 대여금 형태를 갖췄다. 수원여객 탈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김씨는 현재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은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사태’주요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원여객 돈 받은 업체 관계자들 "김씨는 모른다" 

경찰은 최근 수원여객에서 대여금 형태로 돈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자금 거래를 담당했던 김씨를 아느냐"고 물었는데, 조사에 응한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김 전 회장만 알고, 김씨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횡령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피해업체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수원여객에서 횡령한 자금을 보낼 업체를 고르면 김씨는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자에게 "돈 받으려면 일 도우라"

김 전 회장은 본인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돈을 돌려받으려면 일을 도우라'는 식으로 범죄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김 전 회장과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모(58·구속)씨가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에게 입은 10억원대의 사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김씨는 김 전 회장의 타깃이 된 기업에 김 전 회장 대신 등기임원을 맡고,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자금 거래를 담당하다 구속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범죄를 저질렀어도 주변인들이 김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김 전 회장의 범죄 사실도 인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회장을 검거할 당시 압수한 업무수첩 2권 중 1권에서 업무와 관련된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수첩에 적힌 자금 사용처가 김 회장이 횡령한 회삿돈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고향 친구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소속이었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 18일 구속됐다.

앞으로 스타모빌리티와 재향군인회상조회 횡령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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