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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경력 정원 박사 “아파트에도 석가산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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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 아파트 단지의 석가산. 무릉도원을 꿈꿨던 전통 정원의 흔적이다. [사진 학연문화사]

현대 아파트 단지의 석가산. 무릉도원을 꿈꿨던 전통 정원의 흔적이다. [사진 학연문화사]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는 돌을 쌓아놓고 나무와 풀을 배치한 조경이 종종 눈에 띈다. 이는 집안에 자연을 끌어들였던 옛 전통, 석가산(石假山)의 흔적이다. 동양을 중심으로 정원을 40년 연구한 박경자(68) 전통경관보전연구원 원장은 “요즘 아파트 단지 내에 들여놓으면 아파트 평당 가격을 올릴 만큼 인기 있는 석가산은 산수를 사랑하는 우리 조상들의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권, 지난달 2권이 나온 『한중일 정원에서 찾은 트렌드』 에는 이처럼 과거와 현대의 정원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불로장생 꿈꾼 동양, 집에 자연 품어” #박경자, 한·중·일 정원 비교 책 2권째

박 원장은 2017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3년 동안 한국의 정원을 중국·일본과 비교하며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서양인들은 정원에서 유토피아나 파라다이스를 꿈꿨지만, 동양은 불로불사(不老不死),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꿨다. 신선 세계의 산을 마당에 만든 것이 동양의 가산(假山). 바깥 경치를 끌어들인 무릉도원의 풍경이다.

저자는 “세계화 속에서도 한국 정원의 ‘한국다움’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쓴 책”이라고 소개했다. 삼국통일의 기운이 밴 안압지, 자연 풍광에 문인의 심상을 녹인 소쇄원 등을 역사와 함께 설명해준다. 여기에 중국 베이징의 이화원, 쑤저우의 졸정원, 일본 다카마츠의 리쓰린 공원, 덴류지 정원을 비교한다.

책의 2권에서 그는 “전통 정원이 현대 정원의 디자인 경향에 따라 재해석된 사례를 연구했다”고 했다. 특히 미니멀리즘,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먼저 받은 일본의 현대식 정원을 소개했다. 신축 아파트에 적용된 석가산 등 직접 찍은 300여장의 사진을 책에 담았다. 그는 “유럽이 동양의 현대 정원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스톡홀름, 코펜하겐 등도 탐사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조경 분야의 실무와 대학 강의에 40년을 종사했다. 경주의 안압지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칭화(淸華)대학 건축학원에서 3년간 연구한 ‘정원 박사’다. 그는 “한국 정원의 뿌리 찾기에 이어, 그 전통과 흐름을 실용화할 방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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