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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중단 펀드 “다 돌려줘” “일부 먼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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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8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환매중단으로 지급이 유예된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금 회수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성지원 기자

28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환매중단으로 지급이 유예된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금 회수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성지원 기자

기업은행이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가입자들에게 투자금의 일부를 먼저 돌려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펀드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지난해 4월 원리금 상환을 중단한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다. 기업은행은 200여 명의 펀드 투자자들에게 695억원을 돌려주지 못한 상태다.

불완전판매 논란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들 “고위험 숨겼다” 주장 #기업은행 측, 투자금 선지급 제안 #“전액 돌려준다 약속하진 않았다”

28일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 모임에 따르면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27일과 28일 투자자들과 면담에서 다음달 중 투자금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불완전 판매의 책임이 있는 만큼 투자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A씨는 “28일 기업은행 전무 등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임원들도 펀드 판매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면담에 참여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선지급을 제안했지만 투자자들이 ‘선지급 대신 원금을 다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전액 선지급을 약속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 투자자 50여 명은 서울 중구에 있는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피켓시위를 열었다. 해당 펀드는 디스커버리운용이 미국 현지 운용사인 DLI를 통해 투자한 상품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DLI가 수익률 등을 허위로 보고한 사실을 적발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해당 펀드에 투자된 돈도 함께 묶였다.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해당 펀드가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펀드라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28일 확인된 투자 청약서에는 투자 위험 등급을 적는 칸이 비어 있었다. 기업은행이 펀드 판매 전 디스커버리운용에서 받은 투자제안서에는 해당 상품의 위험 등급이 가장 높은 1등급으로 안내돼 있다. 한 투자자는 “투자 당시 ‘원금보장이 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안내받았다”며 “수익률이 3%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리스크(투자위험)가 큰 상품인 줄 알았다면 투자를 했겠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디스커버리운용의 장하원 대표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이란 점에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까지 제기한다.

기업은행은 “판매 당시 고위험 상품임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했고 현재 투자금 회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해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지난 1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태 전무(수석부행장)를 단장으로 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미국 금융당국의 현지 운용사 실사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손실 규모나 회수율이 확정되지 않았다. 언제쯤 손실이 확정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위험 상품을 팔면서 상품의 현지 운용실태 등을 꼼꼼히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펀드 판매를 담당했던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들과 면담에서 “해외에 있는 부분까지 일일이 확인 못 한 건 사실이다. 해당 상품이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검증된 상품이어서 팔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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