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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실업’ 급증, 직장인 수 사상 처음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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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줄지 않았던 국내 직장인 수가 코로나 불황에 사상 처음 줄었다. 특히 임시·일용직과 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 고용이 불안정한 근로자와 3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노동자 임금 역시 감소했다. 이 같은 요인이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위축의 원인이 됐다.

1년 전보다 22만5000명 감소 #서비스업, 임시·일용직 직격탄 #1인당 월평균 임금도 6.6% 줄어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인 이상 사업체 전체 종사자는 1827만8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2%(22만5000명) 줄었다. 국내 종사자가 감소한 것은 고용부에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5년 간 국내 종사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5년 간 국내 종사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식당·학원 등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 업종에서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음식·숙박업 15만3000명(-12%), 교육서비스업 10만7000명(-6.7%), 예술 ·스포츠·여가 서비스업 3만9000명(-11.9%) 등에서 종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은 직장인이 몰려있는(전체 산업 대비 종사자 비중 약 20%) 제조업도 ‘코로나19 불황’을 고스란히 맞았다. 3월 제조업 종사자는 371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0.3%(1만1000명) 감소했다.

최근 3년 간 임금 동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3년 간 임금 동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업 충격은 고용 형태가 불안정하고 소규모 영세 사업장일수록 크게 나타났다. 3월 상용 근로자(고용 기간 1년 이상)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0.1%(8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임시·일용근로자는 7%(12만4000명) 급감했다. 연극·영화 종사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기타 종사자는 7.9%(9만3000명) 줄었다. 사업장 규모로 보더라도 상용직 300명 이상 중견·대기업 종사자는 1%(2만9000명) 증가하는 사이, 300명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는 1.6%(25만4000명) 줄었다.

최근 3년 간 직장에 들어온 사람과 떠난 사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3년 간 직장에 들어온 사람과 떠난 사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년 연속 이어지던 임금 상승세도 꺾였다. 지난 2월 전체 근로자 1인당 월 평균 임금은 340만3000원으로 6.6% 줄었다. 임금 하락 폭은 상용직과 300인 이상 중견·대기업 등 상대적으로 고용 조건이 좋은 계층에서 더 컸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반도체·자동차 산업에서의 성과급·상여금 감소 등으로 2월 근로자 임금 총액이 줄어든 모습”이라며 “임금 부문은 (본격적으로 코로나 충격이 오기 전인) 2월 통계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임금 상승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였다.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삐걱대기 시작한 셈이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실업급여 예산 확대 등으로 코로나 고용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의 채용을 늘릴 수 있는 공세적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55만여 명의 공공·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한국형 뉴딜 사업’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은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위기를 무릅쓰고 채용을 늘리는 기업가에 대해서는 소득세 납부를 코로나 종식 이후로 연기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며 “기업이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끔 관련 비용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로 떨어진 데는 민간소비가 -6.4%로 움츠러든 탓이 컸다”며 “민간소비는 소비 여력이 높은 계층이 돈을 써야 살기 때문에 고소득층 증세보다 소비 부양책을 내놔야 고용 부문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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