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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성격도 ‘나이스 가이’ 이청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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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청용이 유럽 생활을 마치고 11년 만에 K리그로 유턴했다. 새 소속팀 울산 현대에 합류하자마자 간판 스타 겸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팀 훈련 중인 이청용. 송봉근 기자

이청용이 유럽 생활을 마치고 11년 만에 K리그로 유턴했다. 새 소속팀 울산 현대에 합류하자마자 간판 스타 겸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팀 훈련 중인 이청용. 송봉근 기자

“정말 나이스하다.”

15년 만에 우승 노리는 울산의 핵 #유럽 11년 활약 접고 K리그 복귀 #친정팀 서울에 대한 애정은 여전 #“기성용 스페인 리그 잘 뛰었으면”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선수, 코칭스태프,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이청용(32)을 칭찬한다. 11년간 잉글랜드(볼턴, 크리스털 팰리스)와 독일(보훔)에서 활약한 이청용은 지난달 K리그로 돌아왔다. 최근 자체 연습경기 도중 하프라인에서 장거리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훈련 때면 테이핑도, 뒷정리도 스스로 한다. “독일에서는 나이를 떠나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를 향한 칭찬이 자자하다. 지난해 최종전 패배로 준우승했던 울산은 이청용이 15년 만의 우승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울산 북구 강동구장에서 훈련 중인 이청용(가운데). 송봉근 기자

울산 북구 강동구장에서 훈련 중인 이청용(가운데). 송봉근 기자

K리그는 다음 달 8일 개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구장 풍경이 달라졌다. 최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청용은 “(고) 명진이 형네 얹혀사는데, 집과 훈련장만 오간다. 물병도 뚜껑에 등 번호가 적혀있어 자기 걸 마신다. 경기 전 악수도 없다. 경기 중 대화와 몸싸움은 종목 특성상 어쩔 수 없다. 무관중 경기로 시작해 아쉽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팬 앞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귀국 때만 해도 독일의 지인들은 “한국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이청용은 “한국 상황이 좋아져  다행이다. 한편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독일의 친구와 한인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는 선수 연봉 삭감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청용은 “많은 유럽 팀들이 관중 수입 감소로 손해를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도 되고 부정적으로 생각지 않는다. 팀 전체가 힘든 상황이라면 선수들도 동의할 거다. 다만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계속 팀 훈련을 해왔다. 손실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하고, 선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여주기 식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청용이 유럽 생활을 마치고 11년 만에 K리그로 유턴했다. 새 소속팀 울산 현대에 합류하자마자 간판 스타 겸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송봉근 기자

이청용이 유럽 생활을 마치고 11년 만에 K리그로 유턴했다. 새 소속팀 울산 현대에 합류하자마자 간판 스타 겸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송봉근 기자

기존에 박주호·이근호 등을 보유한 울산은 윤빛가람·조현우·정승현 등을 새로 영입했다. 선수층이 두터워 베스트11을 두 팀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청용은 “신구조화가 잘 돼 있다. 다른 팀의 견제가 심할 것 같다. 잘 준비해야 한다. 나는 측면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뛰며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올 시즌 예상 최우수선수(MVP) 1위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떠난 지난 시즌 MVP 김보경과 경쟁 구도다. 이청용은 “내가 볼턴, 보경이가 카디프시티에서 뛸 때 맞붙었다. 그때도 (보경이는) 중요한 선수였고, 막기에 까다로웠다. 보경이가 썼던 클럽하우스 방을 내가 쓴다. MVP의 기운을 이어받겠다”며 웃었다. 친정팀 FC서울과 맞대결에 대해선 “서울은 제 마음속에서 굉장히 특별한 팀이다. 하지만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그래도 골을 넣더라도 세리머니는 못할 것 같다. 그게 친정팀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이청용에게 부상을 입힌 톰 밀러는 잉글랜드 5부리그 AFC 필드에서 뛰고 있다. [사진 유튜브 티키타카 캡처]

이청용에게 부상을 입힌 톰 밀러는 잉글랜드 5부리그 AFC 필드에서 뛰고 있다. [사진 유튜브 티키타카 캡처]

이청용은 볼턴에서 뛰던 2011년 오른쪽 정강이뼈 골절상을 당했다. 가해한 상대 선수 톰 밀러는 잉글랜드 5부리그 AFC 필드에서 뛰고 있다.

이청용은 “나도 (밀러 유튜브) 영상을 봤다. 처음엔 원망도 했지만, 그저 사고다. 오히려 내게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 인생을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전에 용서했다. 밀러가 아직도 선수로 뛰니 보기 좋다. 하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해도 부상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K리그로 돌아온 지금 행복한 데다, (과거로 돌아가면) 소중한 내 딸이 없을 수도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독일 보훔 경기를 보러 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한국 여성팬. 그를 통해 이청용의 미담이 전해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독일 보훔 경기를 보러 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한국 여성팬. 그를 통해 이청용의 미담이 전해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해 보훔 경기를 보러 왔다가 소매치기를 당한 한국 여성 팬이 있었다. 그를 통해 이청용의 미담이 전해졌다. 이청용이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고, 밥도 사주고, 안부 이메일도 보내줬다는 내용이었다. 이청용은 “보훔까지 멀리 찾아온 팬이라 고마웠다. 유럽 여행이었다는데, 캐리어와 지갑까지 잃어버린 상태였다.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어 사인 유니폼을 드렸다”고 소개했다.

박지성(39)은 국내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은퇴했다. 이청용은 “지성이 형은 K리그에 뛸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하더라. 내가 (국내 복귀) 용기를 내지 못하자 지성이 형이 ‘못 갈 이유가 뭐 있냐. 어떤 리그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FC서울 시절 이청용과 기성용. [중앙포토]

FC서울 시절 이청용과 기성용. [중앙포토]

K리그 복귀에 실패한 기성용(31)은 스페인 마요르카로 떠났다. 이청용은 “스페인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집 앞 마트만 겨우 다닌다고 하더라. 집에서 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도구를 이용한 훈련으로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하더라. 친구지만 대단하다. 스페인 리그를 잘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성용, 구자철(31·알 가라파)과 달리 이청용은 대표팀에서 은퇴하지 않았다. 이청용은 “사실 2년 전 태극마크 반납을 고민했다.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이청용 89경기) 욕심을 내는 건 아니다. 우선 기회를 준 벤투 감독님에게 배울 부분이 많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계속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청용은 대표팀과 서울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울산에서 자신의 이름처럼 푸른 유니폼을 입는다. 그는 “파란색을 더 좋아한다. 아직은 푸른 유니폼이 낯설지만, ‘정말 내 팀’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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