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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친 마음 '반려식물'로 달랜다…세계는 홈가드닝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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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동대문 DDP 시민라운지에서 22일 DDP 온라인 클래쓰 '머물고 싶은 집, 홈가든 디자인' 제2강을 촬영하고 있는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김상선 기자

서울 동대문 DDP 시민라운지에서 22일 DDP 온라인 클래쓰 '머물고 싶은 집, 홈가든 디자인' 제2강을 촬영하고 있는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김상선 기자

#1. 지난 13일 SNS에서 갑자기 '반려식물'이란 단어가 트렌드 키워드로 부상했다. 발단은 방탄소년단( BTS)이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공식 SNS에 작은 다육식물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썼다. "여러분은 같이 지내는 반려식물이 있나요? 확실히 생명과 같이 지내면 작든 크든 좋은 변화가 같이 생기는 것 같아요!". 팬들의 화답은 뜨거웠다. 'BTS'를 해시태그로 팬들이 각자 가꾸고 있는 식물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 식물들) 너무 귀엽고 예쁘고 힐링이다", "모종 심고 오늘 9일째, 나도 초록이 키운다"…. 음악 팬들이 식물 사랑으로도 똘똘 뭉쳐 팬덤을 과시한 독특한 사례였다.

서울디자인재단 매주 랜선 강좌 #코로나 이후 라이프스타일 제안 #실내정원 DDP시민라운지서 촬영 #심미적 만족감+ 불안 치유효과 #"정서 안정과 원예사업 활력 기대" #

#2. 25일 방영된 MBC '전시적 참견시점'에선 자신의 아파트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는 조한선의 일상이 눈길을 끌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 원예상점에 들러 익숙한 듯이 모종을 사는 그의 모습은 '도시 농부'의 모습 그 자체였다. SNS엔 주민이 텃밭을 가꿀 수 있게 한 그의 아파트를 부러워하는 '식덕(식물덕후의 준말)'들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세계는 지금 홈 가드닝 붐

DDP의 유튜브 등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공유된 온라인 클래쓰의 한 장면. [유튜브 동영상 캡쳐 이미지]

DDP의 유튜브 등 다양한 SNS채널을 통해 공유된 온라인 클래쓰의 한 장면. [유튜브 동영상 캡쳐 이미지]

'홈 가드닝 전성시대'다. 관상용 화초든. 공기정화 식물이든, 먹을 수 있는 채소든 상관없다. 실내에서 초록 식물을 가꾸며 위로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반려식물 가꾸기 바람에 최근 전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을 지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초록 식물을 가꾸며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다.

최근 한 달 사이 LA타임스, 뉴욕타임스, AP, 로이터, 더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은 '홈 가드닝' 관련 기사를 줄줄이 쏟아냈다. 홈 가든 가꾸기에 대한 실용 정보부터 가드닝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재조명하는 내용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고난의 시대에 정원이 지닌 치유적 가치(The therapeutic value of the garden in trying times)'란 제목의 기사로 홈 가드닝을 예찬했고, AP통신은 '혼란의 시대, 가드닝이 테라피가 되고 있다(In chaotic times, gardening becomes therapy)'고 보도했다.

힐링은 멀리 있지 않다 

외신들이 강조하는 내용은 일치했다. 흙과 식물을 만지는 데 집중하는 시간은 잠시 걱정을 잊게 하며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것. 식물에 물을 주는 작은 행위에도 명상적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녹색 식물, 즉 자연과의 연결과 교감이 뇌에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분비시켜 불안과 우울감을 덜어준다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홈 가드닝 인구가 늘면서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종자회사 W 애틀리 버피앤컴퍼니가 지난 3월 144년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은 종자 판매고를 올렸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도 변화가 눈에 띈다. 21일 온라인몰 SSG닷컴에 따르면 3월 13일부터 4월 12일까지 최근 한 달간 홈 가드닝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96.6% 늘었다. 초보 입문자를 위한 '미니 화분 키우기' 등 가드닝 키트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도 꽃 화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마당이 없어도 베란다와 부엌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대폭 늘었다는 얘기다.

홈가드닝 온라인 클래쓰

국내 대표적인 옻칠 작가인 정해조의 작품. 글래스 위에 전통 칠기를 입혀 만든 화기다. 앞으로 DDP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참신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민라운지 브랜드 스토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디자인재단]

국내 대표적인 옻칠 작가인 정해조의 작품. 글래스 위에 전통 칠기를 입혀 만든 화기다. 앞으로 DDP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참신하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민라운지 브랜드 스토어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디자인재단]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가 이보미 작가의 화기에 허브 식물(왼쪽부터 차이브, 타임, 세이지)을 담았다. 김상선 기자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가 이보미 작가의 화기에 허브 식물(왼쪽부터 차이브, 타임, 세이지)을 담았다. 김상선 기자

홈 가드닝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관련 강좌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은 지난주부터 온라인 강좌 '머물고 싶은 집, 홈가든 디자인'을 발빠르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22일 DDP 홈페이지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첫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9일 제2강 '채소와 허브로 만드는 가족힐링 생활정원'을 공개하고, 다음 달 20일까지 주 1회씩 총 5회에 걸쳐 콘텐트를 공유한다. 강좌는 15~20분 분량으로 강연은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든디자인연구소 대표)씨가 맡았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최근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실내에서 생활 정원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이번 강좌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디자인의 가치"라고 강조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DDP가 최근 다양한 디자이너·공예가들과 함께 개발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제1강에서는 정해조, 제2강에서는 이보미 등 우리나라 대표 공예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정해조 작가는 국내 대표적인 옻칠작가로 글래스 위에 전통칠기를 입혀 새로운 디자인 화기를 만들었다. DDP는 이처럼 브랜드 스토어에서 직접 개발한 콜렉션 제품 50여 점을 비롯한 참신한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년작가들도 함께했다.

DDP 안의 실내정원, 시민 라운지

5개의 대형 화분으로 구성된 DDP시민라운지 전경. 건축가 전숙희씨가 실내 디자인을 맡고 조경 디자인은 정영선씨가 했다. 앞으로 이곳은 시민들의 디자인 체험 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5개의 대형 화분으로 구성된 DDP시민라운지 전경. 건축가 전숙희씨가 실내 디자인을 맡고 조경 디자인은 정영선씨가 했다. 앞으로 이곳은 시민들의 디자인 체험 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서울 동대문 DDP 살림터 1층에 자리한 DDP 시민라운지. 앞으로 이곳에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디자인재단]

서울 동대문 DDP 살림터 1층에 자리한 DDP 시민라운지. 앞으로 이곳에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디자인재단]

매주 DDP 홈 가드닝 강좌가 촬영되고 있는 장소도 주목할 만하다. DDP가 최근 시민들의 휴식처라는 컨셉트로 새롭게 조성한 살림터 1층의 시민 라운지다. 지난 5년간 상업적인 디자인 상점이 점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20일 시민들이 다양한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실내 정원으로 만들어진 이 라운지는 건축가 전숙희(와이즈 건축 공동대표)씨가 공간을 설계하고, 정영선(서안조경 대표)씨가 조경을 맡았다. 전씨는 서울 성산동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아산나눔재단사옥을 설계했고, '조경계의 대모'라 불리는 정씨는 선유도 공원, 서울식물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의 조경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박진배 DDP 공간운영팀장은 "현재 이곳엔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 식물들이 심겨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때문에 현재 일시적으로 휴관한 상태이지만 5월 말부터 시민들의 삶의 질을 올려줄 라이브러리와 브랜드 스토어를 갖추고 시민들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DDP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시민들 가까이 다가가 디자인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게 목표"라며 "허브 마켓과 시민을 위한 디자인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한 화훼 및 디자인 산업에 서울디자인재단이 활력을 보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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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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