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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260명씩 선착순 미사, 조계사는 공양간 문 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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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종교집회가 제한적으로 재개됐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주일예배가 열리고 있다. 이 교회는 미리 사전 참석을 알린 신도들만 현장 예배 참석을 허용했다. [연합뉴스]

26일 종교집회가 제한적으로 재개됐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주일예배가 열리고 있다. 이 교회는 미리 사전 참석을 알린 신도들만 현장 예배 참석을 허용했다. [연합뉴스]

“할렐루야, 성도 등록증! 성도 등록증!”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첫 주말 #순복음교회엔 1.5m거리 ‘안전좌석’ #두달 연기됐던 토익시험도 재개 #마스크·라텍스장갑 착용하고 응시

26일 오전 8시30분.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들은 9시 예배를 앞두고 교인들이 모여들자 ‘성도 등록증’을 미리 준비하라고 소리쳤다. 이날 교인들은 본당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한 뒤 ‘성도출석시스템’에 성도 등록증을 태그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달여 동안 중단됐던 종교집회가 제한적으로 재개됐다. 정부가 종교시설에 대한 강력한 운영 중단 권고를 지난 19일 해제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 예배를 재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수용 가능 인원(1만~1만2000명)의 10분의 1 수준인 1200명으로 입장을 제한했다. 교구별 참석 인원을 나눠 지정한 교인만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안선혜(56)씨는 “(예배를 재개해) 감격스럽고 눈물 난다”며 “개인적인 신앙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정부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전 의자에는 ‘안전좌석’ 스티커가 붙었다. 박명철 순복음교회 홍보국 차장은 “예배 볼 때 교인들이 1.5m 거리를 유지하도록 착석 가능 위치를 표시했다”며 “그마저도 앞뒤로 한 칸씩 간격을 띄웠다”고 강조했다.

명동성당은 ‘만남의 방’에서 미사 참석 자리표를 260명 선착순 배정했다. 권혜림 기자

명동성당은 ‘만남의 방’에서 미사 참석 자리표를 260명 선착순 배정했다. 권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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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했던 명동성당은 이날 미사 1회당 260명으로 참석자를 제한했다. 평소의 1000~1200명에 비해 4분의 1가량 줄인 것이다. 송길영(53) 사목위원은 “연세가 많으신 신도분께는 미리 참석 자제 지침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12번 열리던 미사 횟수도 7회로 줄였다. 성당은 미사 1시간 전부터 ‘만남의 방’에서 신도 대상 발열 체크를 한 뒤 선착순으로 빨간색 번호표를 나눠 줬다. 번호표엔 좌석 번호가 적혔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이은미(54)씨는 “한 줄에 6명이 앉던 의자인데 두 명씩 앉고 그 뒷줄은 한 명씩 앉았다”며 “아무래도 성가를 생략해 아쉽긴 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선 불자들이 관불의식을 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줄을 섰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선 불자들이 관불의식을 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줄을 섰다. [뉴시스]

조계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지난 23일 초하루 법회를 지냈다. 당시 신도 1000여 명이 다녀갔지만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이다. 최종현 조계사 기획차장은 “일요집회 때 법당이 가득 차는데 오늘 보니 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법당 대신 야외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 신도도 눈에 띄었다. 공양간(절 식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조계사에 4년째 나오는 이호진(54)씨는 “공양간에서는 어르신들이 바짝 붙어 식사한다”며 “걱정되니 아예 차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로 토익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들에겐 라텍스 장갑이 제공됐다. [사진 독자 제공]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로 토익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들에겐 라텍스 장갑이 제공됐다. [사진 독자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말 이후 두 달간 총 4차례 연기됐던 토익 시험도 26일 재개됐다. 시험 연기는 1982년 토익 시행 후 초유의 사태다. 시험장 앞에서부터 3단계 방역이 진행됐다.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먼저 한 뒤 라텍스 장갑을 받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고사장 내부 방역도 강화됐다. 한 시험감독관은 “원래 고사장 한 곳당 25명 정도 입실하는데 오늘은 20명 정도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다. 응시생 하승범(28)씨는 “리스닝(듣기) 시작 전 5분, 끝나고 5분, 리딩(읽기) 중간에도 계속 환기를 하더라”며 “시험 종료 후에도 고사실별로 나눠 퇴실했다”고 전했다.

토익 주관사인 YBM 한국 토익위원회는 월 2회 시험에 더해, 5~6월에는 정기시험을 한 번씩 더 볼 계획이다.

보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개된 종교집회와 5월 초 나들이 인파의 증가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가 작지 않다”며 “종교인을 포함해 모든 국민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협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림·이우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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