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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림프 순환엔 마사지보다 운동이 약, 통증 없는 혹 생기면 암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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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면역력 좌우하는 림프계 림프계는 면역력을 좌우하는 ‘건강 파수꾼’이다. 세균·바이러스를 물리치는 T세포·B세포의 요람이자 체내 쌓인 수분·노폐물을 수거해 신체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이겠다고 무턱대고 림프 마사지를 하는 건 되레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이유 없이 몸이 붓거나 코를 고는 등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도 실은 림프계가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림프계에 대한 궁금증을 모았다.

림프액은 혈액보다 느리게 흐른다? (O)

혈액이 흐르는 심장·혈관을 심혈관계라 부르듯, 림프계는 림프관·림프샘·흉선·비장 등 림프액이 흐르는 길을 말한다. 혈액처럼 림프액도 우리 몸 구석구석을 돌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노폐물 제거다. 혈액이 거둬들이지 못한 조직액 속 수분과 크기가 큰 지방·단백질 등 노폐물을 수거·정화하는 ‘하수도’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면역 기능이다. 림프액에 있는 T세포·B세포 등 림프구는 체내에 침투한 세균·바이러스를 공격하고 항체를 만들어 면역력을 형성한다. 림프액은 혈액보다 순환 속도가 느린데, 물질 교환과 면역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액·병원체와 접촉 시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를 심하게 고는 것도 이상 신호다? (O)

림프관 중간중간에는 강낭콩 모양의 림프샘이 존재한다. 면역 세포인 림프구는 이곳에 주둔하며 외부에서 유입된 병원체와 맞서 싸운다. 감기에 걸려 목이 아프고 코가 막힐 때 흔히 ‘편도선이 부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림프샘의 일종이다. 목구멍 양쪽의 구개편도와 코 뒤편에 위치한 인두편도(아데노이드)는 감기 같은 호흡기 감염에 ‘1차 방어’를 책임지는 림프 조직이다. 문제는 반복적인 감염으로 편도가 과도하게 커졌을 때다. 특히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질 경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고 심한 경우 코에서 귀·목으로 가는 통로가 막혀 중이염·축농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잔병치레하는 아이가 심하게 코를 골거나 입으로 자주 숨을 쉬면 X선·내시경 검사로 아데노이드 비대증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암 환자는 림프샘을 모두 떼야 한다? (X)

과거 암 수술은 해당 장기를 비롯해 주변 림프샘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암세포가 림프샘에 침투하면 림프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필요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시 림프샘 생검’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감시 림프샘은 암세포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림프샘으로, 암을 뗄 때 이곳의 조직검사를 진행해 절개 범위를 결정한다. 감시 림프샘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추가로 림프샘을 제거하지 않는다. 유방암·흑색종에 표준치료법으로 쓰이며 위암·폐암 등 다른 암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T세포·B세포도 암에 걸린다? (O)

림프계에 발생하는 암을 림프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림프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가 되는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가 가장 많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장기 이식, 자가면역 질환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서 발생률이 높다. 림프종은 다른 감염병과 달리 림프샘이 커지기만 할 뿐 눌러도 아프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밤에 땀이 많이 나거나 이유 없이 3개월 내 체중이 10% 이상 줄 때도 림프종을 의심해야 한다.

림프 마사지를 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X)

림프 순환이 잘 안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 실제 수술·방사선 치료 등으로 림프계가 손상된 환자는 조직액이 쌓여 몸이 자주 붓고(림프부종) 세균 감염으로 인한 봉와직염도 훨씬 많이 발생한다. 단 림프 마사지가 전신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림프구는 수많은 면역 세포 중 일부에 불과하고, 마사지한다고 해서 림프구가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몸이 부었을 때 함부로 림프 마사지를 하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다. 림프부종 환자도 압력·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마사지를 하다간 되레 특정 림프관·림프샘에 부담이 쏠려 구조 자체가 망가진다. 또 혈관 문제로 인한 부종일 경우 강한 외부 압력으로 혈관 내 혈전(피떡)이 떨어져 나가 심장 등 주요 혈관이 막힐 수 있다. 심장·간·신장 질환으로도 몸이 붓는 만큼 사전에 혈액·초음파검사 등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림프 순환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이 있다? (O)

림프 순환을 촉진하는 데는 운동이 약이다. 심장이란 ‘펌프’가 혈액을 짜주는 것과 달리 림프액은 림프관과 주변 근육의 수축력에 의해 이동한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면 림프액을 짜내는 힘이 강해지고, 깊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가슴 부위에 음압이 발생해 신체 말단의 수분과 노폐물을 보다 수월하게 빨아들일 수 있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한 운동은 혈관 건강, 면역력 향상을 도와 궁극적으로 림프 순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액 속 나트륨 함량이 증가하면 수분이 조직액으로 더 많이 빠져나가 림프계가 받는 부담이 커진다. 짠 음식을 멀리하고 물을 하루 6잔(1.2L) 이상 충분히 마시는 게 원활한 림프 순환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엄기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원종호 순천향대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재용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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