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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텍스 장갑, 땀 차서 난감"···두달 만에 토익 본 취준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토익 시험에 응시생이 줄을 서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토익 시험에 응시생이 줄을 서 있다. 이우림 기자

“청테이프 간격대로 떨어져 서주세요!”

26일 오전 8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정문. 토익 시험 감독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토익 시험을 치려는 수험생 20여명이 몰리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29일 이후 두 달간 연기한 시험을 재개한 날이었다. 토익 시험은 총 4차례 연기됐다. 1982년 시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발열 체크→손 소독→라텍스 장갑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토익 시험 응시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한 후 라텍스 장갑을 나눠주고 있다. 이우림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토익 시험 응시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한 후 라텍스 장갑을 나눠주고 있다. 이우림 기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한 만큼 방역은 3단계로 진행했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했다. 라텍스 장갑을 받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시험장 입구 바닥엔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1.5m 간격으로 청테이프가 붙어있었다.

규정상 체온이 37.5도를 넘거나 발열이 있을 경우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이날 규정에 걸린 응시생은 없었다. 수험생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앞서 신청한 4차례 시험이 모두 밀린 정원식(25)씨는 “취업하기 전 방학을 이용해 점수를 따려고 준비했는데 딱 코로나가 터졌다. 오랫동안 시험을 못 본 상태였는데 재개돼 기쁘다”고 했다. 1년째 노무사 시험을 준비한 이모(28)씨는 “코로나19로 불안하긴 하지만 취업을 위해 시험을 빨리 봐야 한다. 언제 재개할지 몰라 기다리다 3일 전 추가접수를 해 시험을 보러 왔다”고 했다. 이씨는 가까운 시험장을 구하기 어려워 관악구에서 마포구까지 왔다.

시험 중간 환기… 라텍스 장갑 난감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토익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에게 나눠 준 라텍스 장갑. [독자 제공]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토익 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에게 나눠 준 라텍스 장갑. [독자 제공]

고사장 내부 방역도 이전보다 강화했다. 시험 감독관은 “원래 고사장 1곳당 25명 정도가 들어가는데 오늘은 책상을 멀찍이 떨어뜨려 20명 정도만 들어가게 했다”고 말했다. 응시생 하승범(28)씨는 “환기를 자주 했다. 리스닝(듣기) 시작 전 5분, 끝나고 5분, 리딩(읽기) 중간에도 환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험이 끝나고 나갈 때도 보통 한 번에 나가는데 오늘은 코로나 때문에 고사실 별로 끊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라텍스 장갑도 지급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최모(27)씨는 “여성이 착용하기에 라텍스 장갑이 너무 크고 땀이 차서 힘들었다. 방송에서 권고사항이라는 안내가 나와 벗고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고사실 안에서 장갑을 낀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험생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면서도 토익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인 박신우(27)씨는 “3번 정도 시험이 밀리는 바람에 공채를 하나 놓쳐 손해가 컸다”면서 “걱정은 있지만 사회가 멈추지 않는 이상 시험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토익 시험을 치르는 모습. [독자 제공]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토익 시험을 치르는 모습. [독자 제공]

“3일 전 취소 통보 당황”

시험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토익 주관사인 YBM 한국 토익위원회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29일 시험 접수를 한 최모(27)씨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시험 주의사항 안내문자를 받았는데 시험 3일 전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해 당황스러웠다”면서 “최소 일주일 전에는 안내해야 했다”고 했다. 토익위원회는 “당시의 감염상황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토익위원회는 응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월 2회 시험에 더해 5~6월 정기시험을 한 번씩 추가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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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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