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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서 꽃게 잡던 中어선…해경, '나포' 대신 쫓기만 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동쪽 해상. 중국어선 35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6㎞가량 침범해 꽃게 등을 잡고 있었다. 이를 발견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고속단정, 해경 함정, 해군까지 동원해 이들을 쫓았다.

충국어선을 추격하는 해경 고속단정 [사진 중부해양지방경찰청]

충국어선을 추격하는 해경 고속단정 [사진 중부해양지방경찰청]

해경은 물대포까지 쏘며 격렬하게 중국어선들을 뒤따랐다. 평소 같으면 해경 대원들이 배 위에 올라 선원들을 체포하고 어선을 나포해야 하지만 이날 해경은 중국어선들을 쫓기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장기간 바다에 머물러 위생이 불량한 중국 어선을 통해 코로나19 등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서다.
해경 관계자는 "함정 근무의 경우 4~7일 정도 배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고 전염병에 감염이 되면 전 대원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이달에만 13차례 걸쳐 중국 어선 326척을 쫓아냈다.

코로나19가 해경의 중국어선 단속 방법까지 바꿨다. 해경은 보통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을 발견하면 직접 올라타 선원과 접촉하고, 어획량을 파악한다.
또 상황에 따라 선장과 선원을 체포하고, 선박을 나포해 선박을 항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해경은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하기보단 선로를 차단해 진입을 막는 퇴거 작전 위주로 불법 중국어선을 퇴치하고 있다.

실제로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에서 4월 23일까지 해경이 나포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은 34척이고 퇴거한 중국어선도 1269척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 나포한 중국어선은 5척으로 대폭 줄었고 퇴거한 어선은 1628척으로 359척이나 늘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고려해 퇴거 및 차단 중심의 단속을 전개하고 검문·검색 시에도 '경비함정 코로나19 대응 수칙'에 따라 방역작업을 하고 선원 격리 등 예방수칙을 준수해 단속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 바다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 수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중국 춘절 기간이 연장됐고, 중국 정부가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현지 항만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해 어선도 발이 묶였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1월 74척, 2월엔 23척, 3월엔 14척의 중국어선이 목격됐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1~3월에는 하루 평균 10여척 정도만 목격됐다.

성어기 시작되면서 중국어선 다시 늘어 

하지만 해경은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중국어선도 다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현지 수산물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중국어선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불법 조업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해경의 예상처럼 꽃게 성어기인 4월 들어 서해 NLL에서 관측되는 중국어선도 하루 평균 58척으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경은 여전히 나포하는 대신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로 퇴거작전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충국어선을 추격하는 해경 고속단정과 해경 헬기 [사진 중부해양지방경찰청]

충국어선을 추격하는 해경 고속단정과 해경 헬기 [사진 중부해양지방경찰청]

퇴거작전에는 지난해 해경이 처음으로 연평도와 대청도에 각각 배치한 55t급 중형 특수기동정도 동원된다. 중형 특수기동정은 중·대형 경비함정과 달리 해상에서 시속 70㎞의 기동력을 발휘한다. 중국어선에 최대한 근접해 시간당 350t의 해수를 100m 이상 분사할 수 있는 고성능 소화포를 갖췄다.
해경 관계자는 "꽃게 성어기인 4월 들어 중국어선 출현이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사전 차단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중대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방역지침을 준수해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해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22척을 나포하고 4804척을 퇴거·차단했고 이로 인한 담보금 13억3000만원을 국고로 귀속시켰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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