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수성을 당선인(무소속)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과거 뇌물수수 사건을 언급하며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 그만 하면 오래 했다”고 비판했다.
홍 당선인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내 문제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지만, 최근 노욕에 찬 발언 내용을 보니 당을 수렁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절대 용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지난 총선 때 당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홍 당선인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공개적으로 통합당 복당과 대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해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기로 하자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홍 당선인은 2012년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과의 악연도 언급했다. 그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위원이 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당 대표를 사퇴한 사람을 공천을 주며 안 된다’고 발언한 기사를 봤다”며 “나는 ‘아무리 정치판이지만 내가 조사한 뇌물사건 피의자에게 공천심사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천명하면서 공천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당선인은 이어 “그런데 당에서는 나를 적절한 출마자가 없어 서울 동대문을에 전략 공천을 했다. 낙선할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출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2년 이뤄진 19대 총선에서 홍 당선인은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그가 언급한 ‘뇌물사건’이란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을 말한다.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2년 당시 경제수석으로 일하며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1000만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홍 당선인은 당시 김 전 위원장의 자백을 자신이 받았다고도 썼다. 그는 “1993년 4월 함승희 주임검사의 요청으로 함 검사님을 대신해 내가 검사실로 들어갔다. (내가) 20분 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 자백을 받았다”며 “슬롯머신 사건 내부 고검장들 연루 사건 수사를 위해 일시 대검찰청으로 파견 나가 있을 때”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홍 당선인은 “차떼기 정당 경력을 가진 우리 당 대표를 뇌물 경력 있는 사람으로 채운다?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보냐”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당선자 대회에서 당내 고문들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짜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