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새해는 감방에서 맞이해야 할 수도 있다.”
23일 체포된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 김봉현(46)씨와 라임자산운용 이종필(42) 전 부사장에 대한 말이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예단할 수 없지만, 횡령 범죄는 징역 5년에서 2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며 “김씨와 이 전 부사장의 혐의를 보면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봉현, 빼돌린 돈만 천억 넘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 김씨는 횡령·배임·뇌물·사기·자본시장법 위반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5일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0월~지난해 1월 재무 담당 임원 등과 공모해 경기도 버스업체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혐의로 김씨는 지난 1월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도주했고, 4개월만인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고급빌라 인근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자신이 실소유한 회사로부터도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김씨는 다른 회사를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보관돼 있던 스타모빌리티 자금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스타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무자본 M&A로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 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김씨는 이미 구속기소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뇌물을 줬다는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 보고서를 미리 받고, 그 대가로 김 전 행정관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다. 김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뇌물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라임 펀드 기획자' 이종필,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김씨와 ‘동업’한 이종필 전 부사장에 대한 혐의도 만만치 않다. 이 전 부사장은 환매 중단 사태가 난 부실 라임 펀드를 기획한 인물이다. 또 부실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수익률 수치 등을 조작해 판매가 계속 이뤄지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현재까지 발생한 라임 사태 피해액만 1조6000억원을 넘어선다.
무자본 M&A를 이용한 횡령 사건에 이 전 부사장도 상당 부분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전·현직 임원들과 함께 회삿돈 8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상태였다. 리드의 박모 전 부회장은 24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4일 이 전 부사장에 대해 리드 경영진으로부터 투자 대가로 샤넬 가방 4개와 IWC 시계 2개, 벤츠 승용차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5일 열렸지만 이 전 부사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보통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자기 변론을 포기할 때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다.
체포된 김씨와 이 전 부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평소 “어마무시한 로비를 했다”며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했다. 검찰은 라임 사태를 키우거나 방조한 ‘윗선’이 있는지 수사를 집중할 방침이다. 또 김씨와 이 전 부사장뿐만 아니라 라임 펀드 자금을 빼돌려 피해를 키운 다른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