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취업 길 막히니 다른 길로…때론 위기도 힘이 된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명주의 비긴어게인(26)

“와~ 달라졌네.”
주말에 집에 온 딸이 정원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정원 정비를 했다. 나무·화초·정원 가꾸는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직접 손수 가꿔서인지 더 뿌듯하다. 드디어 정원답게 예뻐졌다고 좋아해 주는 딸을 보니 더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3년 동안 직접 정원을 가꾼 정성과 경험이 결실을 보나 보다.

정원작업 하느라 휴대폰 문자 확인도 못 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오랜만에 석 달간의 제 성과를 담은 글을 공유 드립니다.’ 오랜만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학생들과의 모임이 중지된 지 몇 달이 돼간다. 그런데도 잊지 않고 한 학생으로부터 온 반가운 문자였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정원 정비를 했다. 나무·화초· 정원 가꾸는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직접 손수 가꿔서인지 더 뿌듯하다. [일러스트 강경남]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정원 정비를 했다. 나무·화초· 정원 가꾸는 자료를 찾아 공부하며 직접 손수 가꿔서인지 더 뿌듯하다. [일러스트 강경남]

지난해 대학 강의 중에 만난 학생이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학생이 뒤쪽으로 앉아 있는데,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다. 남들과 달리 맨 앞줄, 그것도 연단 바로 앞에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2시간 강의 내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와 화면을 응시하며 열심히 기록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학생이 내 시야를 사로잡았다.

준비한 내용으로 강의한 후 질문을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이 학생도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 내용도 사뭇 달랐다. 취업 강의였는데도 직접적인 취업 관련 질문이 아니라 행복에 관해서였다. 강의 전에 나에 대해 사전검색을 해온 듯하다. 주어진 강의 시간이 지나 대신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얼마후 잊지 않고 연락이 와 일정을 잡아 다시 만나보니 여느 학생처럼 미래 진로 고민이 큰 학생이었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풀기 위해 본인 스스로 유년시절, 청소년 시절 그리고 현재 대학생활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금방 파악했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해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해갔다.

상담이나 코치를 통해 내 자신을 금방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학생은 달랐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해왔고 그 해답을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한다는 것은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면 그만큼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있고 나를 받아들인다. 진정한 그 깨달음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취업 문을 열심히 두드려 보았으나 그 기회조차 찾기 힘들었다. 가까스로 주어진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했고 반면에 잘할 수 있는 것을 알았기에 그 길을 용기 있게 선택했다. 불확실한 취업 현실 앞에서 좌절이 아니라 오히려 확실한 새로운 기회를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한다는 것은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면 그만큼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있고 나를 받아들인다. [사진 pixabay]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한다는 것은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이다. 마음의 문이 열리면 그만큼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있고 나를 받아들인다. [사진 pixabay]

바로 글 쓰는 일이었다. 블로거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책 읽기가 좋아서 다양한 서적을 골고루 읽기 시작하다 흥미를 더 가질 수 있는 책을 고르게 되었고 그와 관련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의 글 쓰는 패턴과 유명 블로거를 참고하면서 어떻게 독자를 많이 가지게 되었는지 연구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마케팅’, ‘글쓰기’, ‘마케팅’, ‘심리학’, ‘카피라이팅’ 등 책장 두 칸을 가득 채울 만큼 관련 책을 섭렵했다.

코로나 사태가 막 터지기 시작한 1월 중순부터 본인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코로나로 세상이 요동치는 지난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온 결과 3개월 사이에 하루 방문자 수 500명을 달성할 수 있는 블로거로 거듭나게 되었다. 아직은 블로그 고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이 학생은 마음속으로 일 방문자 수만 명, 십만 명, 백만 명, 그 이상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처음 이 학생을 만났을 때 모습과 지금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스스로는 또 얼마나 대견하겠는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2009년 5월(24만명)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코로나 19사태에 따른 고용위기가 현실화했다. 참 힘들고 암울한 시간이다.

나무들은 새로 주어진 환경에서 오로지 최선을 다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힘차게 세상 밖으로 줄기를 뻗어 차근차근 가지를 치우며 자신을 키워나간다. [일러스트 강경남]

나무들은 새로 주어진 환경에서 오로지 최선을 다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힘차게 세상 밖으로 줄기를 뻗어 차근차근 가지를 치우며 자신을 키워나간다. [일러스트 강경남]

하지만 절대 좌절하지 말자. 위기가 올수록 더욱 나 자신에 집중하자. 결코 세상 탓, 남의 탓도 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의지가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해보자.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나하나 경험과 노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고수가 되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정원 마당에 심은 나무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절대 주어진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새로 주어진 환경에서 오로지 최선을 다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힘차게 세상 밖으로 줄기를 뻗어 차근차근 가지를 치우며 자신을 키워나간다.

문자 받은 얼마 후 전화통화를 했다. “이제는 글 쓰는 요령도 터득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해나가야죠.”

어느새 뿌리를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는 나무가 보였다. 뿌리 깊은 나무 절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WAA인재개발원 대표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