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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벨로스터 N, 3000만원대 '일상의 스포츠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새로 나온 자동 변속 기능을 갖춘 현대차의 고성능 카 벨로스터 N을 시승했다. 2018년 수동 변속기로 처음 선보인 벨로스터 N은 이번에 습식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를 탑재했다. 수동 변속기를 기본으로 자동 변속이 가능해, 기존 고성능 카를 원하는 마니아층보다 수요층을 한층 넓혔다.

자동 변속으로 문턱을 낮춘 벨로스터 N은 '일상의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3000만 원대 초반이라는 가격도 매력 있다. BMW M 시리즈나 메르세데스-AMG 등 럭셔리 브랜드의 고성능 카에 비하면 확실히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벨로스터 N은 2008년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2473대, 해외에서 4631대가 판매됐다. 해외에선 주로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현대차에 따르면 "가성비 좋은 고성능 카라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로드앤트랙은 벨로스터 N을 '2020 퍼포먼스 카'에 선정하기도 했다.

벨로스터 N. 사진 현대차

벨로스터 N. 사진 현대차

외모는 2018년과 비슷하다. 내부는 무게를 1.1㎏ 줄인 'N 라이트 시트'로 업그레이드했다. 허리·허벅지 측면 지지를 강화해 곡선 주행에서 운전자가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는 몇 차례의 서킷 주행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일반인 수준이다. 현대차는 초보 수준의 트랙 운전자를 위해 인스트럭터의 지시하에 장애물 설치 구간에서 약 1시간가량 훈련을 시켜줬다. 특히 급제동 체험이 인상적이었다. 시속 50~60㎞로 달리다 브레이크 페달을 "끊어질 듯" 밟는 것으로 도로에서 생길 수 있는 위급 상황을 훈련하는 셈이다. 벨로스터 N은 급제동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현대차 관계자는 "대용량 브레이크 디스크와 마찰계수를 높인 패드 등으로 성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벨로스터 N. 사진 현대차

벨로스터 N. 사진 현대차
벨로스터 N. 사진 현대차

서킷에선 4.3㎞ 트랙 다섯 바퀴 정도 돌며, 벨로스터 N을 테스트했다. 인스트럭터의 차량을 따라 일렬로 달려 추월은 없었다.

계속되는 곡선 주로에서 8단 DCT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가속 페달과 스티어링휠 조작만으로 '아웃 인 아웃(코너 바깥으로 달리다가 안쪽으로 진입,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코너링 기본 테크닉)'을 무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만약 수동 변속기 차량이었다면, 곡선 구간마다 덜컹덜컹 댔을 것이다.

곡선·직선 주행에서 느껴지는 벨로스터 N은 '날쌘 다람쥐'라 불릴 만 했다. 벨로스터 N은 최고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kgf·m을 발휘하는 N 전용 고성능 가솔린 2.0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물론 BMW M 시리즈나 메르세데스-AMG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작지만 강한 힘이 느껴졌다.

이번에 출시한 벨로스터 N은 'N 그린 쉬프트(N Grin Shift, NGS)'라는 기능을 장착했다. 포르쉐 차량에 장착한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스포츠 리스폰스'처럼 엔진과 변속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오버 부스트(Over boost)' 기능이다. 스티어링휠 하단에 있는 'NGS' 버튼을 누르면 토크가 7%(최대 36→38.5kgfㆍm) 더 올라간다.

직선 주로에서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NGS를 두 번 사용했다. 날쌘 다람쥐가 수초 만에 시속 200㎞에 도달했다. 단, NGS는 20초간 유지된다. 또 한 번 쓰고 나면 5분을 기다려야 한다. 원래 오버 부스트는 '엔진 이상 현상'을 뜻한다.

BMW M시리즈나 AMG처럼 트랙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만큼 밸런스 면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다. 200㎞로 달리다 내리막길에서 급제동하는 중 흔들림이 느껴졌다. 또 앞서 나온 수동의 경우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할 경우 제동 능력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30여 분간의 트랙 주행 후 차에서 내리자 몸이 딱딱하게 경직돼 있었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AMG GT 63 S 4MATIC'을 시승한 전이 있었는데, 확실히 이때보단 시트 컨디션 등이 불편했다. 당시 AMG는 곡선 주로에서 자동으로 옆구리를 조이고 풀어주는 '액티브 멀티 컨투어 시트' 기능이 있어 달리는 동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벨로스터 N의 가격은 8인치 블루링크 내비게이션 포함한 멀티미디어 패키지가 2944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N DCT 패키지와 퍼포먼스 패키지를 더하면 3382만원(개소세 인하 적용)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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