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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뒤집은 '디지털 명상'…코로나 블루 시대 마음 달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또 다른 세상과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한 통신사 광고에 나왔던 유명한 카피다. 대나무 숲에서 산책하며 명상하던 배우 한석규가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를 끄면서 하는 말이다. 명상.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때 휴대폰은 앞의 광고 문구에서처럼 당연히 꺼두어야 하는 기기다. 그런데 요즘은 명상할 때 휴대폰이 필수다.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명상 시간에조차 휴대폰을 들여다본단 얘기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앱·유튜브·IPTV 명상으로 마음 달랜다 #가성비 좋고 오히려 편안한 디지털 명상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명 코로나 블루(Corona Blue)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덕분에 명상 관련 콘텐트가 주목받고 있다. SNS에선 명상을 해시태그로 한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온다.

명상 앱 '캄'의 단계별 명상 콘텐트, '7일간의 스트레스 관리.' 사진 캄 화면 캡처

명상 앱 '캄'의 단계별 명상 콘텐트, '7일간의 스트레스 관리.' 사진 캄 화면 캡처

무엇보다 명상 앱이 인기다. 조용한 음악을 배경으로 명상을 유도하는 안내 음성이 깔리는 콘텐트를 다양하게 모아놓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다. 늘 손에서 놓지 못하는 휴대폰을 아예 명상에 활용한다는 얘기다. 국내선 ‘코끼리’와 ‘마보’가 해외선 ‘헤드스페이스’‘캄(Calm)’이 주목받고 있다. 명상을 초보부터 단계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면을 위한 명상 음악, 심리 상담 콘텐트 등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7~10일 정도 무료 사용 기간이 지나면 월 5000원가량을 지불하고 구독하는 형태다. 유료 앱이지만 인기는 상당하다.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월간 국내 이용자 수가 ‘코끼리’는 4만424명으로 1위, ‘캄’은 2만6949명으로 2위, ‘마보’는 1만5400명으로 3위다. 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 4만 명을 표본 조사한 추정치다. 지난해 3월과 비교했을 때 올 3월의 이용자 수는 확실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코끼리’를 제외하고, ‘캄’은 지난해 4133명에서 올해 2만6949명으로, ‘마보’는 9644명에서 1만5400명으로 늘었다.

명생 앱 '마모'의 명상 콘텐트. 2주 동안의 단계별 코스를 제안한다. 사진 '마보' 화면 캡처

명생 앱 '마모'의 명상 콘텐트. 2주 동안의 단계별 코스를 제안한다. 사진 '마보' 화면 캡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도 수많은 명상 관련 콘텐트가 업로드돼 있다. 이완을 위한 피아노 음악부터 티벳의 힐링 사운드, 머리가 맑아지는 힐링음악 등 주로 명상 음악 관련 콘텐트가 인기다. 인기 채널로는 ‘요가소년(구독자23.9만명)’‘마인드풀TV(구독자 9.66만명)’‘명상하는 그녀(구독자 3.44만명)’ 등이 있다. 유튜브 코리아에서도 지난 3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콘텐트를 재생 목록으로 엮어 소개하는 채널 ‘#집에서함께해요’를 운영 중이다. 이 채널의 주요 카테고리 중 하나가 명상을 비롯해 마음이 편해지는 영상을 소개하는 ‘#집에서함께힐링해요’다. 유튜브 관계자는 “최근 많은 사람이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불안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고립감을 피하고자 명상을 비롯한 다양한 힐링 콘텐트에 주목하고 있다”며 “크리에이터들도 ‘자존감을 위한 명상’이나 ‘숙면을 위한 명상’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콘텐트를 제작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의 #집에서함께해요 채널.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관한 콘텐트를 소개한다. 명상에 관한 콘텐트도 인기다. 사진 유튜브

유튜브의 #집에서함께해요 채널.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관한 콘텐트를 소개한다. 명상에 관한 콘텐트도 인기다. 사진 유튜브

디지털로 명상하는 데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도 동원된다. 주문형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에서도 명상 관련 콘텐트가 인기다. SK브로드밴드는 ‘Btv’에서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17일까지 긴급 편성해 운영했던 ‘홈힐링 특별관’을 연장 운영하고 있다. 홈 트레이닝, 명상, 건강 정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불안한 심리 상태를 어루만지기 위해 혜민 스님의 명상 콘텐트인 ‘힘겨운 시간을 위한 명상’이나 명상 전문 콘텐트 제공 사업자인 무진 어소시에이츠의 ‘코로나19 대응 마음처방 11편’ 등을 새롭게 소개했다. LG유플러스도 ‘U+TV’에서 지난 2월 21일부터 BTN불교TV 채널과 제휴를 맺고 명상 콘텐트를 선보였다. 한국의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혜민스님이 자신의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낭독하는 내용이다. 출시 첫 달(2월 21일~3월 19일)과 비교해 이후 한 달(3월 20일~4월 16일) 해당 콘텐트 소비율은 7.7배 증가했다.

LG유플러스가 BTN불교TV 채널과 제휴를 맺고 선보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낭독 콘텐트. 사진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BTN불교TV 채널과 제휴를 맺고 선보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낭독 콘텐트. 사진 LG유플러스

온라인으로 실시간 명상을 하기도 한다. 공유숙박 기업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여행이 위축되자 전 세계 액티비티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체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각 도시에 있는 호스트가 온라인 클래스를 열고 게스트(10~15명)가 신청하면 화상 통화 서비스 ‘줌(ZOOM)’을 통해 함께 만나 실시간 체험을 즐기는 서비스다. 다양한 체험 활동이 있지만 명상 관련 콘텐트인 ‘일본 불교 승려와 함께하는 명상 체험’‘잠을 부르는 양과 함께하는 명상 체험’ 등이 인기다. 일본의 승려와 함께 명상하는 온라인 클래스는 4월 23일 기준 평점 4.9점, 리뷰 수 257개를 기록해 전체 온라인 체험 중 세 번째로 많은 리뷰 수를 기록했다. 영국 양 떼 목장의 호스트가 진행하는 양과 함께하는 명상 역시 평점 5점 만점에 리뷰 수 46개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좋다.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 서비스 중 하나로 명상 관련 체험도 선보인다. 영국의 '양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명상 체험' 중 한 장면. 사진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체험 서비스 중 하나로 명상 관련 체험도 선보인다. 영국의 '양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명상 체험' 중 한 장면. 사진 에어비앤비

명상앱 ‘마인드풀’을 운영하는 명상 전문 콘텐트 플랫폼 ‘무진어소시에이츠’의 김병전 대표는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명상 콘텐트가 늘어나면서 학습하는 명상이 아닌, 체험하는 명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의 경우 늘 가까이 있는 스마트폰으로 명상 앱이나 온라인 명상 체험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일본 오사카의 한 승려와 함께 진행하는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불교식 명상법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배울 수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일본 오사카의 한 승려와 함께 진행하는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불교식 명상법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함께 배울 수 있다. 사진 에어비앤비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직접 만나 명상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물론 좋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명상 앱이나 온라인 명상 콘텐트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명상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는 목적에서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 명상은 가성비가 좋을 뿐 아니라 (책이나 오프라인 명상 등) 다른 채널에 비해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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