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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과 알콩달콩 '부부의 세계' 원작자 "김희애 연기 판타스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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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주인공 지선우를 연기하는 배우 김희애.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주인공 지선우를 연기하는 배우 김희애. [JTBC]

요즘 이 드라마 모르면 간첩 소리 듣는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지난 토요일 방영된 8회가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이번 주말도 ‘부부의 세계’ 앓이 중인 당신을 위해, 원작자인 마이크 바틀렛과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영국 BBC에서 방영된 ‘닥터 포스터’다. 이혼 여성의 괴로움을 놀랍도록 섬세히 그려낸 이 작품의 원작자는 1980년생 영국 남자다.

정통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2013년에 초연한 ‘황소(Bull)’로 영국 연극협회에서 상도 탔다. 대중적 인기와 비평가들의 호평을 모두 손에 넣은 셈. ‘닥터 포스터’의 시즌1은 2015년, 시즌2는 2017년에 나왔다. BBC 집계에 따르면 820만 명이 넘는 시청자 수와 31%의 고공 시청률을 기록했다. 원작의 부제는 ‘멸시당한 여자(A Woman Scorned)’다. 그리스 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남편의 배신에 분노해 아들까지 자기 손으로 죽이며 궁극의 복수를 했다고 전해지는 여성 메데이아의 이야기다.

마이크 바틀렛 '부부의 세계' 원작자 [닉 퀸 제공]

마이크 바틀렛 '부부의 세계' 원작자 [닉 퀸 제공]

정작 바틀렛 작가 자신은 행복한 결혼생활 중이라고. 배우자는 ‘황소’의 감독이었던 동갑내기 연극인 클레어 리지모어다. 자녀 관련 팩트는 알려진 게 없다. 그런 바틀렛에게 최근 e메일을 보냈고, 그는 흔쾌히 답을 보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JTBC의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완전 신났고, 엄청나게 흥분됐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캐릭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를 바라니까.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기에 더욱 설렜다. 원작의 일부는 그대로이지만 일부가 바뀌는 것을 보는 것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BBC '닥터 포스터'. [사진 왓챠플레이]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BBC '닥터 포스터'. [사진 왓챠플레이]

‘부부의 세계’는 ‘닥터 포스터’의 시즌1과 2를 잘 버무렸다. 7회가 끝난 뒤 시청자들이 “이제 이 드라마 끝나는 거냐”고 궁금증을 표했던 것도 거기까지가 시즌1이기 때문. 굵직한 줄거리는 원작과 대동소이하지만, 설정이 군데군데 다르다. 지선우(원작에서는 젬마 포스터)의 남편의 상간녀 여다경(케이트 파크스)의 부모는 원작에선 레스토랑 경영자다. ‘부부의 세계’에서 지역 유지이자 준재벌급으로 묘사되는 것과는 다르다. 영국 원작이 인물 관계에 집중한 반면, 한국 리메이크엔 권력 관계 설정이 녹아 들어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시청률 20%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시청률 20%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 JTBC]

한국 ‘부부의 세계’에선 준재벌이라는 설정이 들어갔는데.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아직 깊지 못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나는 내 원작을 다양한 문화권에서 제각기 각색해 소화하는 과정을 즐긴다. 아마 내가 연극계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더 그럴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작품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상연 또는 상영됐는데, 그때마다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지를 관찰하는 게 흥미로웠다. 원작의 핵심을 이해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만 해준다면 각색은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서 바틀렛은 인도 출신 영국 작가인 살만 루슈디의 말을 인용했다. “통번역 과정에선 항상 일정한 의미가 상실되기 마련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동시에 획득된다는 생각에 고집스럽게 매달린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열연 중인 김희애(오른쪽). [사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열연 중인 김희애(오른쪽). [사진 JTBC]

‘부부의 세계’ 감상 소감은 어떤가. 배우들 연기는.  
질문과 함께 보내준 영상 클립으로 방금 봤다! 내가 보기엔 판타스틱하다. 특히 (배우 김희애가 분한) 여성 주인공 역할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이고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드는데, 인상적이다. 연기력 덕분에도 시청자들이 더 잘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작 제목과 달리 ‘부부의 세계’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어떻게 보나.  
훌륭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부부의 요건은.  
완벽한 부부? 그런 건 당연히 없다.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른 존재들이고, 또 달라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결혼의 공통점은 있다고 본다. 배우자를 속이고 기만할 때 그 결혼의 생명력은 위기에 처한다는 것. 결혼의 핵심엔 아마도 정직과 신뢰가 있지 않을까.  
JTBC '부부의 세계' 이미지 컷. [사진 JTBC]

JTBC '부부의 세계' 이미지 컷. [사진 JTBC]

그리스 신화 ‘메데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영감을 받았나.  
‘메데이아’를 각색해 현대극으로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데, 젊은 여성 관객들이 상당히 호응했다. 메데이아가 남편의 배신에 희생양으로만 추락하는 대신, 맞서 싸우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의를 찾겠다고 다짐하는 설정에 뜨겁게 반응하더라. 그래서 처음엔 메데이아라는 캐릭터를 더 발전시키는 수준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캐릭터와 설정이 태어났고 ‘닥터 포스터’의 근간을 구성할 수 있었다.
바틀렛 작가 당신은 남성인데 어쩌면 이렇게 여성의 심리를 잘 그렸나.  
극작가로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다. 내가 아닌 남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경험을 상상하는 것이 나 자신의 체험을 쓰는 것보다 즐겁다. 여성 작가들이 그려낸 훌륭한 남성 캐릭터들도 많은 것처럼.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마이크 바틀렛 원작자는 배우 김희애의 열연을 극찬했다. [사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마이크 바틀렛 원작자는 배우 김희애의 열연을 극찬했다. [사진 JTBC]

‘닥터 포스터’ 시즌3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닌데, 정말로 써야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으면 쓰지 않을 작정이다. 현재로썬 시즌3에 대한 계획은 없다. 내 머릿속에서 캐릭터들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고, 아마도 영원히 그러겠지만.  
‘부부의 세계’ 결말은 다를 수도 있다던데.  
시청자들에게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 불러일으키는 건 좋은 일이다! 시청자들을 계속 놀라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변화나 각색이 있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단 주인공이 단순한 ‘희생양’이 되지는 않아야 하고 그의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하면 안 된다. 결국, 여주인공은 도덕적으로는 선한 사람이지만 정의를 원하는 것뿐이고, 포기를 모를 뿐이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파멸을 예감하는 지선우. [사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파멸을 예감하는 지선우. [사진 JTBC]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아직 한 번도 못 가봐서 아쉽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못 봐서 꼭 보고 싶고, 주변에서도 다들 꼭 봐야 한다고 성화다. 잘은 몰라도 한국 문화의 특징은 역동성인 것 같다. 에너지가 굉장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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