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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고 자르고 꺾어 나만의 ‘무기’ 장착, 골프가 유쾌해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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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골프 피팅스쿨 참가기

코로나19 폭풍을 맞지 않은 거의 유일한 곳이 골프장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지금보다 골프장이 더 붐빌 것은 확실하다. 골프 인구가 늘면서 피팅(Fitt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피팅이란 자신의 몸과 실력에 맞는 클럽을 선택하고, 닳고 낡고 비틀린 클럽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과정을 말한다. 국내에 약 200개의 피팅샵이 있다고 한다.

클럽 선택과 제작·교정 원리 익혀 #사흘 강행군 끝나자 자신감 충만 #샤프트 끝 자르고 아이언 꺾기 #길이·무게·강도 일정 비율 유지 #가장 중요한 건 무게의 일관성

나한테 잘 맞는 게 가장 좋은 클럽

MFS골프 김보식 이사(오른쪽)와 직원 강성원씨가 샤프트의 강도를 나타내는 CPM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신중혁]

MFS골프 김보식 이사(오른쪽)와 직원 강성원씨가 샤프트의 강도를 나타내는 CPM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신중혁]

지난 9일, 분당 테크노파크에 있는 MFS골프 분당야탑점에 7명의 남자들이 모였다. 국산 골프 클럽 제조·유통업체인 MFS골프에서 진행하는 MFS골프 피팅스쿨 참가자들이었다. 2003년 시작된 이 피팅스쿨은 매년 3∼4회 꾸준히 열려 41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참가자 수가 줄었지만 다들 마스크를 하고 열심히 교육에 임했다. 골프샵·스크린골프장·골프연습장 운영자, 현직 프로골퍼 등 면면도 다양했다. MFS의 도움을 받아 이 교육에 참가했다.

전재홍 MFS 대표가 “좋은 클럽이란 어떤 클럽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피팅스쿨 일정을 관통하는 화두였다. 전 대표는 “좋은 클럽이란 나한테 가장 잘 맞고, 일관성이 있는 클럽입니다”라고 말했다. 골프백 안에 아무리 고급 브랜드에 비싼 클럽을 모아놓았다 해도 나한테 맞지 않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클럽의 일관성(一貫性)은 드라이버부터 우드, 아이언과 퍼터에 이르기까지 클럽의 길이·무게·샤프트 강도 등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 대표는 “클럽의 일관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게”라고 강조했다. 클럽의 무게란 헤드·샤프트·그립의 중량을 합친 정적인 무게가 있고, 스윙 웨이트(S/W)라는 동적인 개념이 있다. 스윙 웨이트란 스윙을 했을 때 ‘채가 무겁구나’ ‘가볍게 움직이는구나’ 라고 인식하는 무게를 말한다. 스윙 웨이트는 C(0∼9), D(0∼9), E 등으로 나뉘는데 보통 C는 일반 여성이나 주니어, 시니어가 쓰고, D는 프로(남·여), 일반 남성이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스윙 웨이트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헤드, 그립, 클럽 길이, 샤프트 무게, 헤드의 라이 각 등이다.

로봇 스윙기로 클럽의 성능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신중혁]

로봇 스윙기로 클럽의 성능을 체크하는 모습. [사진 신중혁]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 척추이듯 클럽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샤프트다. 샤프트 강도가 내 몸에 맞아야 하는데 그 강도는 CPM(Cycle per minute)이라는 단위로 측정한다. 샤프트 강도 측정기에 클럽의 그립 쪽인 버트(Butt)를 고정시키고 헤드를 한번 튕겨준다. 그러면 1분 동안 진동하는 횟수가 표기된다. 샤프트 강도가 높을수록 CPM 수치도 높게 나온다. 소위 ‘낭창낭창하다’고 하는 덜 딱딱한 샤프트는 진동 폭이 커서 진동수는 적게 나온다. 샤프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헤드 쪽의 샤프트 팁(Tip)을 조금 잘라준다. 이것을 팁컷이라고 한다.

둘째날은 각자의 클럽을 갖고 와서 무게와 길이, 스윙 웨이트, CPM을 재고 클럽 분석 차트에 기록했다.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A씨의 클럽들은 비교적 균질한 상태를 보였는데 딱 하나 5번 우드의 CPM이 다른 클럽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A씨는 “친구가 잘 맞는다고 선물해 준 클럽”이라고 실토했다. 교육을 진행한 김보식 MFS 이사는 “이런 채는 팁컷을 통해 강도를 조정하거나, 아예 골프백에서 빼 버려야 합니다”고 조언했다.

스윙 분석기 이용해 샷 체크 클럽 점검

정영재 기자가 김보식 이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언 클럽을 제작해 보고 있다. [사진 신중혁]

정영재 기자가 김보식 이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언 클럽을 제작해 보고 있다. [사진 신중혁]

오후에는 로프트와 라이 각을 조정하는 실습을 했다. 로프트는 클럽 페이스가 뉘어진 각도를 말하며 볼의 비행거리, 탄도, 백스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라이 각은 헤드를 지면에 평평하게 놓았을 때 지면과 샤프트가 만드는 각을 말한다. 라이 각은 볼의 구질과 방향을 좌우한다. 연습이나 실전을 많이 하게 되면 헤드가 닳거나 뒤틀리게 된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미스샷을 낼 위험이 커진다.

실습에서는 임팩트 테이프를 사용했다. 아이언의 솔(클럽이 지면에 닿는 부분)을 따라 테이프를 붙인 뒤 철강 소재 바닥에 볼을 놓고 강하게 친다. 그러면 볼을 맞힌 자리에 가로 1cm 정도의 상처가 생긴다. 이 상처 부위를 보면 로프트와 라이 각을 얼마나 조절해야 할 지가 나온다. 클럽을 기계에 고정한 뒤 샤프트를 잡고 강하게 밀거나 당기면서 로프트와 라이 각을 조절한다. 이 과정을 ‘꺾기’라고 표현한다.

클럽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실습도 했다. 각자 7번 아이언 헤드와 40인치 샤프트, 그립을 지급받았다. 자신의 스윙 웨이트에 맞게끔 전기톱으로 샤프트 팁컷을 했다. 헤드와 샤프트가 만나는 곳인 훼럴(Ferrule)은 망치를 이용해 샤프트 끝에 부착했다. 에폭시와 경화제, 유리가루를 적절히 섞은 뒤 샤프트 팁 부분에 바른 뒤에 헤드를 결합했다. 헤드가 고정되기를 기다렸다가 그립을 끼워넣으면 클럽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게·길이·CPM의 변화를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

드디어 무게 394g, 샤프트 길이 37인치, CPM 285, 스윙 웨이트 D1.0인 나만의 맞춤 7번 아이언이 탄생했다. MFS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손으로 클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두들 뿌듯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날엔 ‘D-플레인’이라는 최신 스윙 분석 이론을 배웠고, ‘플라이트 스코프’라는 스윙 분석기를 이용해 각자의 드라이버샷을 체크해 보기도 했다.

피팅스쿨에서 알려주는 클럽 관리 꿀팁

피팅스쿨에서 알려주는 클럽 관리 꿀팁

사흘간의 피팅스쿨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쉴틈 없이 이어진 강행군이었다. 프로골퍼 B씨는 “명색이 프로인데 클럽의 선택 기준과 피팅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은 물론 은퇴 후에도 여러 모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이었습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C씨는 “다른 피팅 교육도 받아봤는데 역시 MFS에서 하는 거라 수준이 높네요”라고 했다.

교육을 받으며 ‘내가 얼마나 무성의하게 골프를 했는가’ 하는 자책을 많이 했다. 전문 선수나 프로샵을 열 사람이 아니라도 피팅을 알면 골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스코어를 줄일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겼다.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jerry@joongang.co.kr

※피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JGOLF 매거진〉 5월호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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