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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뇌물수수 이어 오거돈 성추행…부산시 연이은 충격

중앙일보

입력

오거돈 부산시장 2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송봉근 기자 (2020.4.23.송봉근)

오거돈 부산시장 23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사퇴 기자회견.송봉근 기자 (2020.4.23.송봉근)

부산시가 수장들의 연이은 악재로 충격에 빠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2일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데 이어 다음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사퇴했다. 유 전 부시장은 오 전 시장이 2018년 7월 인수위 시절 발표한 첫번째 인사다.

22일 유재수 징역 5년 구형…23일 오거돈 사퇴 #부산시청, 고위공무원 연이은 악재에 ‘멘붕’ #2019년 3차례 압수수색 당하는 등 혼란

 오 전 시장이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선언 후 정무직 공무원과 함께 짐을 싸고 시청을 떠나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괘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정섭 부산시 노조 위원장은“오 전 시장과 유 전 부시장 모두 개인의 영달을 위해 부조리를 저지른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며 “고위 공무원의 연이은 비위로 시민들의 배신감이 크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유 전 부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을 때 부산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공무원일 때 저지른 비리인데 부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이유로 부산시가 함께 오명을 덮어썼다”며 “그런 유 전 부시장을 오 전 시장이 내치기는커녕 감싸기만 해서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1월 19일 압수 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후 열흘 뒤인 11월 28일 유 전 부시장은 구속됐다. 유 전 부시장은 2010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금융업체 대표 등 직무 관련 금융업계 종사자 4명에게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시 한 공무원은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사의를 표명하고 한 달 만에 구속되자 일각에서는 ‘시원하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부산에 연고도 없는 고위 공무원 때문에 부산시가 비리 조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서울동부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부산시청 7층 경제부시장실 압수수색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19일 서울동부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부산시청 7층 경제부시장실 압수수색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에게 사재로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선임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8월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3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부산시 한 공무원은 “시장실에 이어 부시장실까지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니 시청 전체가 혼란스러운 분위기”라며 “직원 동요가 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겪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재선까지 꿰찬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회사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구치소에서 복역했다. 2004년 복역 중이던 부산구치소에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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