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수장들의 연이은 악재로 충격에 빠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22일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데 이어 다음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사퇴했다. 유 전 부시장은 오 전 시장이 2018년 7월 인수위 시절 발표한 첫번째 인사다.
22일 유재수 징역 5년 구형…23일 오거돈 사퇴 #부산시청, 고위공무원 연이은 악재에 ‘멘붕’ #2019년 3차례 압수수색 당하는 등 혼란
오 전 시장이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선언 후 정무직 공무원과 함께 짐을 싸고 시청을 떠나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괘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정섭 부산시 노조 위원장은“오 전 시장과 유 전 부시장 모두 개인의 영달을 위해 부조리를 저지른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며 “고위 공무원의 연이은 비위로 시민들의 배신감이 크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을 때 부산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공무원일 때 저지른 비리인데 부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이유로 부산시가 함께 오명을 덮어썼다”며 “그런 유 전 부시장을 오 전 시장이 내치기는커녕 감싸기만 해서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11월 19일 압수 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후 열흘 뒤인 11월 28일 유 전 부시장은 구속됐다. 유 전 부시장은 2010년 8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금융업체 대표 등 직무 관련 금융업계 종사자 4명에게 4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시 한 공무원은 “유 전 부시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사의를 표명하고 한 달 만에 구속되자 일각에서는 ‘시원하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부산에 연고도 없는 고위 공무원 때문에 부산시가 비리 조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에게 사재로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선임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8월 두 차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3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부산시 한 공무원은 “시장실에 이어 부시장실까지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니 시청 전체가 혼란스러운 분위기”라며 “직원 동요가 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겪었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재선까지 꿰찬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버스회사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구치소에서 복역했다. 2004년 복역 중이던 부산구치소에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부산=이은지·황선윤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