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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격 추정 탄흔 245개 숭숭···광주 아픔 품은 빌딩 재탄생

중앙일보

입력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의 아픔이 담긴 전일빌딩이 역사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해 광주시민에게 돌아온다.

5·18 당시 헬기 사격 추정 탄흔 발견된 빌딩 #2011년 경매 매물, 2019년 2월 리모델링 착수 #탄흔 일반인에 공개…역사문화 공간도 조성

5·18 역사의 공간 전일빌딩

 지난 22일 찾은 전일빌딩 10층.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를 바라보는 창가 쪽에 가깝게 자리 잡은 흰 기둥에 숫자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7년 1월 빌딩 10층 등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에 대해 "전일빌딩 외벽과 내부에서 발견된 탄흔은 호버링(공중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남겨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남겨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각각의 숫자 스티커는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헬기 사격 추정 탄흔 중 몇 번째인지 알리기 위해 붙어졌다. 1968년 6층 건물로 준공돼 4차례 증축된 10층 건물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주변에 전일빌딩보다 큰 건물이 없었다. 국과수도 이점을 주목해 총탄 발사 각도를 따져본 결과 상공에서 쏜 탄흔이 유력하다고 결론지었다.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남겨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 위치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남겨진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에서 헬기 사격 추정 물증이 남아있는 곳은 전일빌딩이 유일하다. 탄흔은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게 공개된다. 훼손을 막기 위한 투명한 유리 시설만 설치돼 있다. 기둥 주변 천장과 바닥에 남은 탄흔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새 이름 '전일빌딩 245'는 무슨 뜻?

 10층 탄흔이 남은 기둥을 지나 기념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광주 금남로 일대 조형물 위로 성인 2~3명은 탈 수 있을 법한 크기의 헬기 모형이 설치돼 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재현한 장면이다.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재현하는 모형이 설치돼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재현하는 모형이 설치돼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지난해 2월 헬기 사격과 5·18에 대한 증언·증거를 핵심 주제로 노후화한 전일빌딩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다음 달 8일 개관을 앞두고 붙여진 '전일빌딩 245'라는 새 이름은 2016년 당시 발견된 245개의 헬기 사격 추정 탄흔에서 비롯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2009년 부여된 전일빌딩의 도로명 주소도 '광주 동구 금남로 245'다.

다음달 8일 개관을 앞둔 '광주 전일빌딩 245' 정문.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8일 개관을 앞둔 '광주 전일빌딩 245' 정문.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2011년 경매물로 전락 우여곡절 전일빌딩

 전일빌딩은 탄흔이 발견되기 전만 해도 애물단지 신세였다. 2011년 경매에 급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계엄군에 쫓긴 시민이 몸을 피하던 곳이자 계엄군의 진압 작전도 이뤄졌던 역사적 현장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과수 조사 결과로 본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총격 개념도. [중앙포토]

국과수 조사 결과로 본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총격 개념도. [중앙포토]

 전일빌딩은 전체 면적 1만9321㎡의 대형 건물이지만, 경매에 나올 당시 준공한 지 40년 넘은 노후 건물인 데다 주변 도심도 공동화돼 경제적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다.

 광주시가 전일빌딩을 138억원에 낙찰받은 뒤 건물을 헐고 신축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5·18의 아픈 역사와 함께 광주를 상징하는 건물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리모델링과 철거 등 활용방안을 놓고 광주시와 지역사회가 고심하던 중 헬기 사격 탄흔이 발견되면서 '시민 역사문화 공간 조성'으로 사업계획이 결정됐다.

역사뿐만 아니라 시민과 동행하는 공간

 광주시는 오는 5월 8일 전일빌딩 245 개관식을 연다. 이날 대중에게 바뀐 전일빌딩이 첫 공개 된다. 지하 1층에는 광주시민의 사랑방이었던 '전일다방'이 '전일살롱'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자리 잡았다.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 지하 1층 '전일살롱' 내부를 광주시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다음달 8일 개관하는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 지하 1층 '전일살롱' 내부를 광주시 관계자가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층부터 4층까지는 문화창작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은 'VR(가상현실) 체험시설'이 설치돼 광주 대표 명소와 음식 등을 알린다. 3층은 1980년 당시 언론사 편집실로 사용되던 공간을 활용한 '언론전시관'과 중·고교생들이 줄지어 찾던 '전일도서관' 자리를 디지털 정보 도서관으로 바꿨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헬기사격 탄흔이 남은 공간을 전일빌딩 관계자가 바라보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광주 전일빌딩 245' 내부에 헬기사격 탄흔이 남은 공간을 전일빌딩 관계자가 바라보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4~7층을 문화 콘텐츠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게임과 스토리 등 문화산업 관련 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공간이다. 8층에는 휴게 공간이 마련되고, 9층과 10층은 5·18의 증언과 증거를 영상과 음향 등 다양한 형태로 알리는 곳이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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