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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해라 친중파"···대선 앞둔 트럼프·바이든 '위험한 전쟁'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위기 동안 바이든은 중국 심기만 살폈다."

[도널드 트럼프 공식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공식 유튜브 캡처]

혹시 중국 투자를 받았나?"

[도널드 트럼프 공식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 광고에 붙은 자막이다. 첫 번째 자막 뒤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와인 잔을 부딪치는 모습과 코로나19 확산 중에 여행제한 조치에 바이든이 반대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두 번째 자막 다음엔 ‘조 바이든이 (아들) 헌터의 중국 파트너를 만났다’는 제목의 뉴욕포스트 기사가 등장한다. 한마디로 “바이든은 친중(親中) 인사”라는 노골적 비난이다.

트럼프, 코로나 창궐 와중에 중국 15번 칭찬했다."

[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여행제한 조치 후 중국인 4만 명이 미국에 왔다."

[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공식 유튜브 캡처]

9일 뒤엔 바이든이 유튜브 광고로 반격했다. 트럼프의 중국 칭찬 내용은 미 외교전문지 폴리티코 기사를 자막으로 인용했다. 지난 1월 24일 트럼프가 트위터로 올린 글도 보여준다.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매우 열심. 모든 작업이 순조롭다. 미국인을 대표해 시진핑 주석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너야말로 중국 정부 말만 믿고 미국에 코로나가 퍼지는 걸 못 막았다”는 비판이다.

미 대선은 11월이다. 하지만 트럼프와 바이든은 이미 전쟁 중이다. 중요한 건 전쟁의 핵심 키워드가 ‘중국’이란 점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둘은 11월 대선에서 겨루게 된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둘은 11월 대선에서 겨루게 된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노심초사다. 그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호황’은 코로나19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번 대선이 ‘코로나 심판’이 될까 전전긍긍이다. 재빨리 ‘중국 책임론’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중국이 투명한 정보만 줬으면 전 세계(사실 미국)가 코로나로 고통을 겪지 않았을 거란 거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도 WHO가 친중 기구가 됐다는 이유를 든다. 중국을 방패 삼아 비판을 피해 보려는 전략이다.

[아메리카퍼스트 유튜브 캡처]

[아메리카퍼스트 유튜브 캡처]

마침 대선 상대가 바이든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코로나19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볼 바이든에 친중 프레임을 씌웠다. 트럼프는 18일 트위터에 “중국은 ‘슬리피 조(Sleepy Joe)’를 아주 심하게 원한다”고 적었다. ‘슬리피 조’란 졸음을 참지 못하는 바이든이란 뜻이다. 트럼프가 고령의 바이든에 붙인 악의적 별명이다. 글과 함께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폭로 내용도 리트윗했다.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한때 중국 기업의 이사로 재직하며 비리에 연루돼 있으며 2013년 한 해만 15억 달러(약 1조 8255억 원)를 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에 이용당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조 바이든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유튜브 캡처]

바이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바이든 선거캠프는 최근 '4C'를 선거운동 키워드로 잡았다. '중국 정부'(Chinese Government), '은폐'(Cover up), '혼돈'(Chaos), '기업 편애'(Corporate Favoritism)다.

바이든은 유튜브에서 코로나 사태로 실업자 2200만명이 생겼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유튜브 캡처]

바이든은 유튜브에서 코로나 사태로 실업자 2200만명이 생겼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유튜브 캡처]

바이든은 진정한 친중 인사는 트럼프라 역설한다. 풀어보면 이렇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창궐하는 동안 트럼프는 가만히 있었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주장만 믿고 시진핑 주석을 칭찬까지 했다는 것이다. 한국도 언급한다. “동맹인 한국이 가진 것을 총동원해 잘 대처하는 동안 트럼프는 중국 공산당 주장만 믿었다. 결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고 미국인은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니가 해라 친중파” 싸움. 양측 모두에 리스크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CNN은 “트럼프가 중국 문제를 둘러싸고 바이든을 일찌감치 공격한 건 트럼프의 ‘네거티브 스토리텔링(narrative)’ 기술을 생각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언급할수록)코로나19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 트럼프가 중국의 코로나 대응에 찬사를 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美 대선 '중국'이 키워드로 주목 #트럼프, 코로나로 대선 노심초사 #"바이든은 친중" 프레임 작전 중 #바이든 "트럼프가 더 중국 찬양해" #미국인 66% "중국은 비호감" 응답 #향후 두 후보 中 때리기 지속할 듯

바이든은 트럼프가 도발한 친중 프레임에 스스로 빠져 버린 것이 ‘패착’이 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 공영방송 NPR에 “트럼프의 유튜브 광고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혐오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의 광고도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같은 문법이다.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 중국의 무역 남용과 지적재산권 도용 등을 막지 못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둘의 싸움은 결국 11월 대선이 끝나야 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누가 이기든 미·중 관계는 더 험난해질 것이란 점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는 쇠퇴한 미국 제조업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을 모든 미국인이 목도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인의 66%가 "중국은 비호감"이라고 답한 퓨리서치 센터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마스크를 쓰고 병원 앞에 서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2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마스크를 쓰고 병원 앞에 서 있다.[AP=연합뉴스]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세계관을 가진 미·중은 앞으로 사사건건 부딪칠 것이다. 그렇다고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리 만무하다. 두 대선 후보는 당선이 되어도 무너진 미국(혹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중국을 때릴 것이다.

NPR의 분석이다.

중국 인식에선 두 후보가 초당적 합의를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항하는 스트롱맨 이미지가 정치적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

차이나랩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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