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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빨라진 AR시대, 집에서 불국사 360도 돌려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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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민낯으로 화상 회의에 참석해도 상대방에겐 ‘풀메(풀메이크업)’ 상태로 보일 수 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거실에 앉아 불국사 내부를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매장 방문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다양한 선글라스를 얼굴에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다.

AR앱 선구자 시어스랩 정진욱 대표 #스마트폰으로 선글라스 끼어보고 #화상회의·원격수업·주택거래 등 #언택트 확산에 활용 범위 넓어져 #“한국 대기업들, AR생태계 키워야”

증강현실(AR) 기술로 실현 가능한 서비스다. 2014년 ‘틱톡’의 원조 격인 AR앱(애플리케이션) 롤리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시어스랩의 정진욱(48) 대표는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언택트(비접촉) 문화가 확산하면서 AR분야가 예상 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단순 즐길 거리로 이용되던 AR이 이제는 교육·쇼핑·관광·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로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어스랩은 AR코어 등 AR분야에서 토종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페이스북·이베이·디즈니, 삼성·LG 등의 AR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정진욱 대표

정진욱 대표

코로나19가 AR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쇼핑 분야에서 수요가 높아졌다. 기존에 AR 착용 서비스를 선보였던 이베이뿐 아니라 롯데·신세계 등이 AR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교육 분야에 적용하면, 교사가 강의할 때 뒷 배경을 현장 수업 장소로 바꾸거나 교사가 특정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국내 교육 기업 두 곳이 AR을 이용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도 집을 방문하지 않고, 부동산 사무실에 앉아 AR을 통해 집안을 360도로 둘러보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가.
"현재 기술로도 전 세계 유명 관광지나 박물관 내부, 스포츠 경기 등을 360도로 실시간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학여행이나 해외여행, 국제 스포츠 경기를 집이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여행 경험도 더 풍부하게 만들수 있다. AR을 통해 공간에 메시지를 남기거나 타인이 남긴 메시지를 볼 수 있고, 근처 숙소와 맛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사가 5G 킬러 콘텐트로 AR·VR을 내세웠지만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원인이 뭔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트를 만들기 보다는 5G의 고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마케팅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콘텐트 제작 ‘선수’들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아직은 5G 단말기 숫자가 적기 때문에 콘텐트 전문가들이 5G만을 위한 콘텐트 개발에 뛰어들지 않지만 단말이 확대될수록 게임이나 영상 분야에서 스토리성과 작품성을 갖춘 콘텐트가 개발될 것이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 개발한 AR스티커 남기기 기능을 사용하면 공간에 카메라를 비춰 메시지를 남기거나, 타인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시어스랩]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 개발한 AR스티커 남기기 기능을 사용하면 공간에 카메라를 비춰 메시지를 남기거나, 타인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시어스랩]

향후 한국 AR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걸 정말 잘한다. 미국·중국 ICT 기업 입장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는 한국만큼 좋은 테스트베드(시험대)가 없다. 한국은 당장 돈을 버는 앱에 주로 투자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코어 기술에 대한 민간투자가 취약하다 보니 정작 큰 과실을 미국과 중국에 뺏기고 만다. 국내 대기업들이 토종 기술과 생태계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전략적인 협업을 해주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5월에 개발자 누구나 틱톡이나 스노우 같은 앱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AR 제작 툴(SDK)과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콘텐트를 공급하는 ‘AR기어’ 플랫폼을 국내 출시한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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