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이럴수가! 이젠 마스크 쓴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네

중앙일보

입력 2020.04.23 13:00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9)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라 집에서 조금만 나가도 뒷산이 있어 이른 봄에는 쑥이 지천으로 난다.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흉년이 들거나 역병이 돌면 쑥개떡을 해 먹었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라 집에서 조금만 나가도 뒷산이 있어 이른 봄에는 쑥이 지천으로 난다.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흉년이 들거나 역병이 돌면 쑥개떡을 해 먹었다. [사진 pixabay]

쑥털털이

철부지 왕관 바이러스
눈사태는 긴 허공을 찌르고
겨울을 한 입 베어 문
쓰디쓴 바람이
구름 떼 마스크 속
가쁜 호흡을 이어주었다

까닭 모르는 눈초리
얼굴 반쯤만 담긴 두 눈의 표정은
지난봄 일상의 기억을 찾아 나선
눈치 없는 다북쑥 인양 번져나간다

지금은 모든 탓을 멈추어야 할 시간

뭉치면 열병 앓고 흩어지면 산단다
갸우뚱한 일
사랑도 그럴까

지금은 세상의 시침과 초침이 느려지는 때

차라리 맑아진 하늘
어린 쑥잎 맛 살아나게
듬성듬성 멥쌀가루 밀가루 뿌려
고슬고슬 찐 쑥털털이
잃어버린 어머니 손맛을 보고자 할까

해설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사회적 거리를 둔 채 살고 있다. 학교가 긴 방학에 들어가고 재택근무나 휴직을 당한 사람이 늘어나 온 가족이 온종일 집안에서 복작이며 산다. 주부들은 아이들과 놀아주랴 하루 세끼 밥을 해 대느냐 몸살을 앓을 지경이란다. ‘돌밥돌밥’이란 유행어가 다 생겼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 국가와 달리 외출 봉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집안에서 아이와 지루하지 않게 잘 지내는 방법이 온라인상에 소개된다. 정말 기발한 놀이가 많다. 일명 ‘집콕 놀이’라고 검색해보면 주르륵 뜬다. 평소 아이 교육에 소홀했던 아빠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보기 좋다. 집콕 놀이 중에는 온 가족이 나서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많다. 어릴 적에 온 가족이 칼국수를 만들어 먹은 기억이 떠오른다. 잘 치댄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고 칼로 썰어 팔팔 끓는 멸치 육수로 만든 칼국수는 특별히 맛이 있었다. 서로의 뺨과 코끝에 묻은 밀가루를 보고 깔깔거리며 후후 불어가며 먹는 맛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막힌 맛이었다. 지짐이나 부침개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들어 먹기 좋은 음식이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라 집에서 조금만 나가도 뒷산이 있어 이른 봄에는 쑥이 지천으로 난다. 쑥은 건국신화에도 나온다. 곰이 쑥과 마늘을 백일간 먹고 사람이 되어 환웅의 배우자가 되어 단군을 낳았다. 예로부터 구황작물로 흉년이 들거나 역병이 돌면 쑥개떡을 해 먹었다. 쑥털털이는 어린 쑥잎을 따다가 쌀가루나 밀가루에 버무려 찜통에 쪄먹는 음식이다. 만들기 간편하고 맛도 좋다. 그곳에 따라서는 쑥 설기, 쑥버무리라고도 부른다. 콩과 대추를 곁들여 만들면 보기에도 식감이 나고 맛있어 아이도 제법 잘 먹는다.

쑥은 성질이 따뜻해 냉한 체온을 올려주고 속을 덥혀준다. 여성 생리통 등 생식기 건강을 회복시키고 위장에 좋다. 비타민C와 비타민A가 풍부하며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많이 쓰인다. 알칼리성이라 몸과 마음이 긴장해 산성체질이 되었을 때 중화시키고 혈관을 확장해 해독 항염증 작용을 한다. 잘 말려서 쑥뜸을 뜨기도 한다. 볕이 좋은 날 뒷산에 올라 아이에게 쑥 이야기도 해주며 어린 쑥을 캐보자.

처음엔 어색하더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젠 더 멋있어 보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착하게 속으로 삼키는 자세가 보인다. 눈만으로도 서로 소통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마스크를 쓰고 살면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말을 많이 하고 살아왔다는 게 분명해진다. 말이 많아지면 저절로 남 탓을 하게 된다. 마스크는 탓을 줄이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얼굴의 아름다움은 좌우 균형미에 달렸다. 얼굴 반 정도를 가리는 마스크 덕분에 균형미가 더 돋보인다. 사람은 음식을 한쪽으로 씹는 경향이 있어, 턱과 입이 약간씩 비뚤거나 기울어져 있다. 그에 반해 두 눈은 비교적 균형이 잘 맞는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젠 더 멋있어 보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착하게 속으로 삼키는 자세가 보인다. 눈만으로도 서로 소통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사진 pixabay]

처음엔 어색하더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젠 더 멋있어 보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착하게 속으로 삼키는 자세가 보인다. 눈만으로도 서로 소통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게 새삼 느껴진다. [사진 pixabay]

요즘 마스크를 쓴 젊은이가 예뻐 보이기에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들 예뻐 보인다고 공감한다. 아마도 균형에 맞고 초롱초롱한 눈빛이 또렷하게 눈에 뜨이기 때문이리라. 결점은 감추어주고 장점이 도드라지니 마스크가 일반화된 요즘 부수적 효과가 아닐까 한다.

사회가 멈추니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이 생겨났다. 공기 오염이 심각했던 인도에서 히말라야 봉우리가 멀리서도 또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선 베네치아 항구 물길이 깨끗해지고 하늘이 청명해졌다고 한다. 중국이 멈추었을 때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예년보다 낮아졌다.

그동안 너무 인간 욕심을 내세워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침범했던 결과가 오늘의 이 지경을 만들었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대다수 학자의 견해이다. 다가오는 AC(After Corona)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어쩌면 늘 뒤 쫓는 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나라가 될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염병으로 재앙적 위기를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 인류는 어리석게도 누군가에게 탓을 뒤집어씌우곤 했다. 그 결과 불행의 깊이가 증폭되었다. 모든 걸 원인과 결과라는 일직선적 사고가 범람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감추고 회피하려는 사고는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인류를 현실의 불행에서 건져낼 방법은 오로지 냉철한 이성과 과학적 접근과 기술, 전 인류애를 아우르는 공감만이 살길이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