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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어린이날 연휴를 보내는 슬기로운 여행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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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휴양림, 수목원과 함께 템플스테이도 재개됐다. 경북 영천 은해사는 아늑한 숲, 맑은 계곡을 즐기며 쉬기 좋은 사찰이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밝히면서 휴양림, 수목원과 함께 템플스테이도 재개됐다. 경북 영천 은해사는 아늑한 숲, 맑은 계곡을 즐기며 쉬기 좋은 사찰이다. [사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다행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잦아들었다. 아직은 경계를 풀지 말라면서도, 정부는 21일 국립공원·휴양림 등 야외시설을 제한적 개방한다고 밝혔다.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한 결과일 테다. 올해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엿새나 연휴가 이어진다.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5월 4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6일 내리 쉴 수 있다. 예년 같으면 해외여행을 계획했을 황금연휴다.

어린이날 연휴 가족이 함께 갈 만한 장소를 엄선했다. 거리 두기 원칙 속에서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야외 여행지를 골랐다. 시설마다 일부만 개방한 곳이 있고, 이용 인원을 제한한 곳도 있다. 꼼꼼히 확인하고 연휴 계획을 짜자.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산림청, 조계종으로부터 일일이 확인한 ‘코로나19 시대 어린이날 연휴를 보내는 슬기로운 여행법’을 소개한다.

템플스테이 : 새벽 예불 시간에 자도 되요

2월 24일 중단됐던 템플스테이가 20일 재개됐다. 전국 139개 사찰에서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단장인 원경스님은 “모든 사찰에 손 소독제, 마스크를 배치하고 하루 한 번 이상 참가자 발열 체크도 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우울감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데 템플스테이를 통해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 용문사는 남해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사찰 인근에 차밭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중앙포토]

경남 남해 용문사는 남해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사찰 인근에 차밭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중앙포토]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말 그대로 하룻밤 절에서 푹 쉬는 것이다. 체험형이나 단체형 템플스테이와 달리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다. 입실 절차를 마친 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 저녁과 이른 아침에 예불이 있으나,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기상 시간도 자유다. 공양 시간만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콘도나 호텔로 착각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1~2인 중심으로 객실을 배치한다. 남녀 혼숙은 금지가 원칙이나 가족의 경우 봐줄 수도 있다. 참가비는 어른 1박 기준 5만~6만원. 추가 금액을 내면 1인 방사를 주는 사찰도 있다.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추천한 사찰 네 곳은 다음과 같다. 용문사는 경남 남해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인근에 차밭과 자생식물단지가 있다. 경북 영천 은해사는 계곡 풍광이 빼어나다. 안개 낀 계곡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것 같다 해서 ‘은해사(銀海寺)’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유한 전남 순천 송광사는 편백 우거진 ‘무소유길’이 특히 아름답다. 강원도 동해 삼화사는 두타산 자락 무릉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깔끔한 방사마다 개인 화장실을 갖춰 잠자리가 편하다.

휴양림 : 잠은 못 자요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위험도가 낮은 실외 공공시설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휴양림과 수목원을 콕 집어 말했다. 순식간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서 ‘휴양림’이 5위까지 치솟았다.

강원도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청아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다. 휴양림 최고의 절경 이단폭포. [중앙포토]

강원도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청아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다. 휴양림 최고의 절경 이단폭포. [중앙포토]

현재 전국에는 170개 휴양림이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2일 일제히 문을 연 건 산림청이 운영하는 41개 ‘국립자연휴양림’이다. 해외 입국자 격리시설로 활용 중인 충남 서천의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은 제외됐다. 휴양림 개방 소식에 캠핑족이 열광했으나, 안타깝게도 휴양림에서 잘 수는 없다. 야영장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실내시설은 이용이 금지됐다. 숲길과 등산로만 개방했다. 도시락은 먹어도 되나 취사는 안 된다. 2m 간격 유지하며 걷기, 음식 나눠 먹지 않기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지자체나 민간이 운영하는 휴양림은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22일 문 연 곳이 있는가 하면 개장 시기를 조율 중인 휴양림도 많다. 전국 62개 수목원도 전화를 걸어 개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겠다. 국립수목원(경기도 포천)은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문을 열었으나 국립 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은 아직 휴원 중이다.

천리포 수목원은 희귀식물을 관찰하고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숲을 산책하기 좋다. [중앙포토]

천리포 수목원은 희귀식물을 관찰하고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숲을 산책하기 좋다. [중앙포토]

연휴 기간, 한적한 휴양림을 찾는다면 조금 멀리 떠나보길 권한다. 국립 휴양림 중 방태산(강원도 인제), 미천골(강원도 양양)이 대표적인 산골 오지 휴양림으로 꼽힌다. 청아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에 좋다. 천리포수목원(충남 태안)은 민병갈기념관과 멸종위기식물전시온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운영 중이다. 숙소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원인 전남 완도수목원은 22일 모든 시설을 개방했다. 아열대온실, 산림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

국립공원 : 한 줄 산행 어떠세요?

오대산 월정사 앞으로 수령 500년 이상의 전나무가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오대산 월정사 앞으로 수령 500년 이상의 전나무가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은 줄곧 열려 있었다. 대피소‧야영장‧생태탐방원 등 다중 이용시설을 닫고 해설 프로그램도 중단했지만, 출입 자체는 막지 않았다. ‘한적한 야외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되레 평소보다 탐방객이 늘어난 국립공원도 꽤 많았다.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지난달 약 67만 명의 탐방객이 들었다. 지난해 3월보다 탐방객 수(약 47만 명)가 41.7%나 많아졌다. 지리산‧치악산‧계룡산 국립공원도 전년 3월보다 탐방객 수가 늘었다.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가족과 함께 걷기 편한 탐방로’ 네 곳을 추천받았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1코스(경남 통영, 14.7㎞)’ ‘오대산 선재길(강원도 평창, 10㎞)’ ‘치악산 둘레길 1코스(강원도 원주, 11.2㎞)’ ‘소백산 자락길 1코스(경북 영주, 5.5㎞)’이다. 길이 평탄하기도 하거니와, 저마다 매력을 품고 있어 가족이 함께 걸어볼 만하다. 이를테면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1코스는 장쾌한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국립공원공단은 5월 5일까지 179개 탐방 거점에 3300여 명을 투입해 거리 두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정상‧쉼터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기’ ‘한 줄 통행하기’ ‘2m 이상 떨어져 걷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소리 지르기 같은 침방울이 튀는 행위, 단체 산행, 하산 후 모임 등은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산불예방을 위해 일부 탐방로를 통제하고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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