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정일 '아쉬운 코털'···"김여정 작년부터 北2인자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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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는 도중 중국 남부의 난닝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자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다 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는 도중 중국 남부의 난닝역에서 휴식을 취하며 담배를 피자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재떨이를 가져다 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올해부터 '당 속의 당'이라 불리는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당국, "지난해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임명" #김정은 신병이상설 속 김여정 역할 전세계 주목 #일각에선 때이른 '김정은 후계설'까지 거론 #전직 고위당국자, 김정일은 김여정 높게 평가 #"코털 있었다면 권력 물려줬을 거라고 얘기"

특히 김 위원장이 11일째 공개활동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신변 이상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거론되기까지 하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여러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김여정은 현재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7기 5차)에서 김여정을 당 제1부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그의 소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한·미 정보당국은 다각도로 김 제1부부장의 위상에 대한 추적을 진행했고 최근 이를 기정사실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월 말 이만건 조직지도부장을 해임한 후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는데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부장 역할을 한다는 관측도 신빙성 있게 나오고 있다.

사실일 경우 김 제1부부장이 실질적으로 북한 내에서 권력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 제1부부장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개인 명의 담화를 내는 이례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해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지난해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당 전원회의)가 개최됐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으로 인해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시킨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김여정이 체제 선전을 담당하는 당 선전선동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말 총회에서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는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취임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고지도자를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북한에서 후계 문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빙성에 다소 의문이 제기되지만, 최소한 김 제1부부장의 직위와 관련, 한국 정부와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당의 모든 정책에 관여하는 '당 속의 당'으로 불린다. 본부당, 지방당, 군 등을 담당하는 제1부부장이 3~4명이 있지만, 김 제1부부장은 제한 없이 김 위원장과 직거래하는 무임소 장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다른 부처의 부장 이상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며 “김 위원장이 그를 조직지도부 실세로 앉혀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김 제1부부장이 권한 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유사시 북한 승계 계획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이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기본적인 가정은 아마도 가족 중에서 누군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제1부부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양 정상이 서명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첫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양 정상이 서명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에게 이미 권력자로서 알려진 백두혈통이라는 점에서 김 제1부부장의 승계는 명분도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앙일보에 "북한 체제에서는 백두혈통이 승계의 중요 요소인데 김 위원장의 자녀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유일한 승계자는 여동생"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1988년생으로 알려진 김 제1부부장은 백두혈통이라는 태생적 조건 외에 업무에 대한 적극성과 판단력, 처세술이 오빠인 김 위원장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김 제1부부장을 두고 '코털이 있었다면(남자였다면) 권력을 물려줬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며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이 정도 평가라면 (김 위원장 유고 시) 김 제1부부장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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